아이들에게 건네는 단단한 말
제주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 자주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남겨야 할까.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리고 파도에 발이 젖어 울먹이던 순간에도, 자전거에서 넘어져 무릎을 감싸 쥐던 순간에도, 나는 늘 마음속에서 문장을 고르곤 했다. 위로일까, 격려일까 아니면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침묵일까.
김종원 작가의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은 그런 내 망설임에 작은 등불처럼 다가왔다.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내 아이들을 떠올렸고 동시에 흔들리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
“틀린 인생은 없다.”
아이들이 시험을 망치고 친구와 다투고 스스로를 나약하다 여길 때조차도 그 삶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단 한 번뿐인 삶 속에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과정일 뿐이다. 제주에서 아이들이 겪는 작은 좌절과 눈물 역시 언젠가 그들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뿌리가 되리라 믿는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삶을 나 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다면 그것은 타인을 위한 배려이기
이전에 나에 대한 배신이 됩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많았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며 내 꿈을 미뤘지만 책은 단호히 말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의 삶을 흔들림 없이 살아내는 부모라고. 내가 나의 삶을 지켜낼 때 아이들 역시 자신의 길을 믿고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아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들을 마음속에 조심스레 적어보았다. “너는 이미 충분히 단단하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이 문장들이 언젠가 습관처럼 내 입에서 흘러나와 아이들의 귓가에 잔잔히 스며들길 바랐다.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은 사춘기를 앞둔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이자 그 곁을 지키는 부모에게도 절실한 책이다. 단단한 말은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나 자신을 지켜내는 언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바람은 언제나 거세게 불지만 그 바람 속에서 아이들은 균형을 배우고 몸을 단련한다. 나 또한 책 속 문장을 붙잡으며 오늘도 엄마로서 흔들리지만 다시 선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정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매일 고르고 건네는 작은 말들이 아이를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 하나만으로도 나는 다시 힘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