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비 오는 날 우리 셋이 머문 풍경
제주 애월 빵 맛집 홀츠(HOLZ)ㅣ애월 유럽 감성 카페
주말 오전,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아들은 친구를 만나러 신나게 나가고
집 안은 오랜만에 고요했다.
그 고요가 낯설 만큼 마음이 느긋해져서
딸과 코코를 데리고 근처 카페로 나가보기로 했다.
며칠 전 지인이 “빵이 정말 맛있어요”라며 추천했던
애월의 ‘홀츠(HOLZ)’가 문득 떠올랐다.
비 오는 날엔, 유리창 너머로 커피 향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차에 오르기 전, 코코의 목줄을 확인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꼬리가 조금 처져 있었다.
딸은 코코가 미끄러질까 봐 한 손으로 살짝 안아 들고 말했다.
“우리 셋 이만 나가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제주에 온 이후,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왠지 더 귀하게 느껴진다.
홀츠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조금 굵어졌다.
테라스는 젖어 있었지만 나무 향이 짙게 퍼져 있었다.
실내는 반려견 출입이 안 된다고 해서
우리는 지붕이 덮인 덱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딸은 쇼콜라 크루아상을 골랐고 초코라떼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코코는 내 무릎 위에서 얌전히 앉아 있었는데
지나가던 손님이 “너무 착하네요”라며 웃었다.
그 짧은 인사 하나에도 마음이 부드럽게 풀렸다.
빵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버터 향이 코끝에 머물고
초콜릿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딸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엄마, 이건 진짜 다시 먹고 싶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그 말이 오늘 하루의 전부 같다고 느꼈다.
소란스러운 날들 사이에서
이렇게 단순한 시간이 오히려 오래 남는다.
비가 조금 그치자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테라스로 걸어 나왔다.
손님을 반겨준다는 홀츠의 상주 고양이였다.
딸이 조심스레 다가가자
고양이는 몸을 둥글게 말며 눈을 반쯤 감았다.
코코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게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둘은 짧은 시선을 나눴다.
묘하게 서로를 알아보는 듯한 공기가 흘렀다.
나는 그 조용한 장면이 좋았다.
아무 말도 없는데 모든 게 다정했다.
커피는 금세 식었고 빵은 반쯤 남았다.
딸은 고양이의 꼬리를 눈으로 따라가며 말했다.
“엄마, 여기 비 올 때 또 오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코는 내 무릎 위로 몸을 옮기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잠이 들었다.
그 따뜻한 체온이 손바닥에 닿았다.
딸의 웃음, 코코의 숨결
그리고 빗소리가 한데 섞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좋은 오전이 되었다.
홀츠에서의 몇 시간은 특별한 일이 없었다.
그저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고양이를 바라보고 코코의 털을 쓰다듬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쌓여
아마 우리가 제주살이를 선택한 이유가 되었을 거라고.
비는 멎었지만 마음에는 오래 머무는 잔향이 남았다.
오늘의 따뜻함이 내일로 이어지기를,
그렇게 조용히 바랐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 고요했던 그 시간,
내 곁에는 딸의 웃음과 코코의 체온
그리고 나무 향이 섞인 커피 냄새가 있었다.
혹시 제주 애월 홀츠 카페가 어떤 곳인지 더 궁금하다면
내가 직접 다녀온 이야기와 사진을 조금 더 정리해 둔
블로그 글로 천천히 구경 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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