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자리에서, 삶은 계속된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내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대신, 무너진 채로 살아가던 나를
조용히 일으켜 세웠다.
이곳에서 나는 대단한 결심을 한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더 이상 나 자신을 속이지 않기로 한 사람,
버티는 삶 대신 살아 있는 삶을 택한 사람이었다.
그 선택은 화려하지 않았고
박수를 받을 만한 장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방향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낸 하루하루는
대부분 특별하지 않았지만 행복하다.
아침을 차리고 학교에 보내고
집을 정리하고 다시 하루를 견디는 반복.
그러나 그 평범한 나날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갔다.
제주는 내게 더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흔들려도 괜찮다고 잠시 멈춰도 삶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없이 보여주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저녁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나는 이곳에서 처음 알았다.
이 책은 용감한 엄마의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한 사람의 기록이다.
불안을 없애는 대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끌어안고
완벽함 대신 지속 가능함을 택한 선택들.
그 선택들이 모여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들었다.
혹시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지금의 삶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붙잡고 있다면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
우리는 충분히 준비된 뒤에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감각 하나로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기 있다.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툴지만
분명히 스스로를 잃지 않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