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를 빼고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
며칠 밤을 넘기며 붙잡은 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그런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고독한 철학자, 그러나 불행하지 않았던 이유
쇼펜하우어는 니체가 영향을 받은 철학자,
세계적인 명사들이 사랑한 사상가였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리 찬란하지 않았다.
30대에 어렵게 얻은 대학 강의 기회는
텅 빈 강의실 앞에서 시작되었고
학문과 저술은 좀처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불행하지 않았다.
자존감이 높았고, 자신의 천재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을 누구보다 믿었던 철학자.
그게 바로 쇼펜하우어였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이 말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대표하는 문장이다.
그러나 그는 인생을 즐기라고도 말했다.
아이러니처럼 보이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다.
그가 말한 ‘즐김’이란 고통을 줄이고, 피하고,
견디는 과정에 있다.
쾌락을 좇는 삶이 아니라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무게를 덜어내는 삶.
그래서 이 책은 마흔의 위기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30가지의 철학적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조언들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송두리째 바꾸는 힘이 있다.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통찰은 가능하다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쇼펜하우어의 이 문장을 처음 읽고 나서
며칠 동안 생각에 잠겼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낫다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
그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이성이나 합리가 아닌
삶을 향한 강한 의지라는 그의 말이 유난히 와닿았다.
마흔 이후의 삶이 더 나아지길 원한다면
우리 역시 통찰과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고통을 피하지 말고, 마주하고,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쇼펜하우어식 행복의 핵심이다.
행복과 불행, 성격이 결정한다?
최근 유행하는 MBTI처럼
사람의 성격은 다양한 기준으로 구분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성격이야말로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낙관적인 사람은 고난 속에서도 기회를 보고,
비관적인 사람은 기회 속에서도 고난을 본다.
그러나 여기서 씁쓸한 통찰이 있다.
개인의 성격은 바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던 대로, 살던 대로 살면
갈등도, 고민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자신의 욕망과 능력을 구분하는 것,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그 인식이 바로 행복의 시작이다.
고독, 그 안에서 피어나는 평화
쇼펜하우어는 고독이야말로 인간의 본래
모습이라고 했다.
어떤 관계에서도 완전한 일치는 불가능하며,
오직 자신과의 관계에서만 완전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고요한 자기 내면에서 비롯된다.
홀로 있을 수 있는 힘,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삶을 가능케 한다.
현재는 단 한 번뿐이다
마지막으로 깊이 새기고 싶은 말이 있다.
“현재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하나의 인생이며,
오늘이라는 날은 단 한 번 뿐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
과거에 머물지 말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고,
오늘을 사랑하자.
지금 이 순간, 이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며,
삶을 견디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마흔의 어느 날, 이 책은 나에게 철학이 아니라
삶을 견디는 기술이자 위로였다.
쇼펜하우어는 여전히 나에게 말을 건넨다.
"고통은 삶의 일부일 뿐, 그 너머를 바라보라"라고.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말을 가만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