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극락조와 여인초 사이, 이름보다 중요한 것

by Remi

여인초 키우기, 그리고 극락조와의 차이

겨울의 시작이 무르익던 12월,
우리 집에 초록의 손님이 찾아왔다.

넓고 둥그스름한 잎을 펼치며
고요하게 자리를 차지한 식물.
이름하여 여인초.

그런데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혼란도 함께 시작됐다.

극락조인가, 여인초인가
그 미묘한 차이

식물 이름은 때때로 사람보다 헷갈린다.
극락조와 여인초,
같은 과에 속한 데다 생김새까지 비슷하다 보니
판매자도, 소비자도, 심지어 검색엔진도 자꾸 헷갈린다.

블로그에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도
극락조 아래 여인초 사진이,
여인초 아래 극락조 사진이 섞여 있다.

하지만 여러 정보를 통합해 보면
내가 키우는 이 아이는 분명 여인초다.

극락조: 진초록색, 날렵하고 타원형의 잎
여인초: 연초록색, 넓고 둥근 잎

우리 집 초록이는 연한 초록빛에
부드럽고 동그란 잎을 펼친다.
그러니 여인초다.

이름이 주는 이야기

여인은 여자가 아닌 "여행자"
여인초의 이름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여자가 아닌 여행자를 뜻한다.

길을 걷다 지친 나그네가
여인초의 길게 뻗은 잎줄기 사이에

고인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그 이야기를 알고 나니
이 식물이 왠지 더 넓은 풍경을 품고 있는

것만 같다. 걷고, 멈추고, 다시 쉬어가는

초록의 쉼표처럼.

여인초 키우기 팁

햇살과 통풍, 그리고 천천히 자라는 즐거움
여인초는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로
줄기 끝이 부채처럼 펼쳐져 있어
공간을 우아하게 바꿔주는 플랜테리어 식물로도 유명하다.

겨울엔 베란다보다는 거실,
햇살과 통풍이 좋은 공간에 두는 게 좋고
특히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10도 이하의 냉기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 주기 팁
– 흙의 건조 상태를 확인한 후,
화분 전체에 골고루 흠뻑 줘야 한다.
– 뿌리까지 수분이 닿지 않으면
잎이 시들 수 있으니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으로 돌보아야 한다.

키우는 동안의 기록 함께 자라나는 시간

2021년 12월,
우리 집에 들어온 여인초는
20일쯤 지나 새순을 틔우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매일 관찰하며
작은 변화를 함께 지켜보았다.

“엄마, 또 자랐어!”
방학 중이던 둘째가 나보다 더 즐거워했다.
드디어 새 잎이 활짝 피던 날,
초록빛 잎 하나로 온 집안에
기분 좋은 에너지가 퍼졌다.

어느 공간이든 어울리는 초록의 기품

여인초는 단순한 반려식물을 넘어
어느 공간에도 조화롭게 녹아드는 식물이다.

넓고 우아한 잎 덕분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고,
집들이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줄기가 아니라 뿌리에서 잎이 올라오는 구조라
자세히 보면 생장방식도 참 신비롭다.

식물이 집에 들어온다는 건

그저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을 넘어서
하나의 생명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여인초를 들인 이후로
하루 한 번쯤은 식물에게 말을 건네게 된다.
그리고 초록은 묵묵히
자기만의 속도로 그 말을 받아준다.

“당신도 여인처럼, 때로는 쉬어가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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