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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Dec 29. 2023

사람은 만나야 한다

직업적 특성과 선천적 성격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사람을 잘 만나지 않으니 가끔 커뮤니티나 SNS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다 보면 세상이 아직 멸망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정신병자들의 글이 가득하다. 이게 온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의견들. 그렇게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일수록 정신이 온전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댓글은 실제 비정상적인 사람이 썼을 확률이 100프로다. 실제 네이버에서 통계를 내보니 전체 이용자의 1%만 댓글을 단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25%가 절대 다수의 댓글을 단다고 하니 인터넷 댓글은 여론이라고 부를 수 없을 수준으로 적은 숫자다. 5천만 인구의 0.05%면 25만 수준이다. 이걸 어찌 여론이라 부를 수 있겠나. 


문제는 이걸 여론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베와 메갈이다.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괴랄한 글들을 적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런 사람들만 글을 쏟아내니 그게 여론처럼 느껴진다. 무한도전을 보면서 불편하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지만 사실 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무한도전은 폐지됐다. 나혼자산다는 기안84를 하차시키라는 댓글이 시청자 게시판 전체를 차지할 정도였지만 무시했다. 여전히 나혼자산다는 가장 시청률이 높은 예능 중 하나다. 만약 인터넷 여론을 여론으로 착각해서 기안84를 뺐다면 나혼자산다는 진작에 종영을 했을 거다. 요즘은 기안84 혼자산다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극소수인데 이것을 눈치보는 사람들은 절대다수인게 문제다.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통제하고 있다. 메이저 투자배급사 내에 여성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지 판단하는 부서가 존재하고, 그 부서가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화를 보고 알탕 영화라고 비판하고 남자만 나온다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실제 인구의 몇 프로나 될까. 많이 잡아도 만 명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만 명이 영화 시장을 지배한다. 투배사가 그 5만의 심기부터 먼저 고려한다니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 그렇다. 인터넷 여론이 나빠지면 흥행에 타격이 불가피하니 불매운동이 벌어질 소재는 아예 투자 대상에서 배제해버린다. 이걸 해도 불편하고 저걸 해도 불편하니 결국엔 안 웃기기를 택한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가 떠오르지 않나. 영화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가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보면 사람들은 모두 따뜻하다. 내가 새로운 중량에 도전하면 모두가 파이팅을 외쳐주고, 내가 쓴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며 칭찬해준다.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공감을 해주고, 슬픈 일에는 같이 슬퍼하고 기쁜 일에는 같이 기뻐한다.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그 세상으로 나가지 않고 혼자서 인터넷만 보는 사람은 세상이 정신병자로 가득 찬 지옥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대부분의 댓글을 쓴다. 그리고 그게 여론이 된다. 나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히키코모리와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많다. 그들과는 도통 말이 통하지가 않는다. 세상은 망했고 인간은 모두 상종하지 못할 존재들이다. 세상으로 나갈 용기가 없으니 세상 밖으로 나갈 이유를 모두 말살한다. 1시간만 대화하면 나까지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다. 그리고 그들이 댓글의 대부분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바로 느낄 수 있는데, 그들의 논리가 바로 인터넷에서 봤던 그 댓글들의 논리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교감을 해야한다. 우린 교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소쇼패스, 나르시시스트, 싸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세상을 등지고 집에서 인터넷만 하면서 댓글만 다는 이들은 정신병자들이다. 그들의 의견이 여론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그들이 당신을 욕한다고 해서 멀쩡한 인간이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치는 모습을 상상하지 말라.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역겨운 모습의 생명체가 댓글을 치는 모습을 상상하라. 그게 현실이고 팩트다. 살자. 세상은 살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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