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벚꽃 만발한 진해로 향했다.
4월 어느 날,
진해 군항제 시기에 차를 끌고 가면 엄청 고생한다.
그리하여 창원에 숙소를 잡아 두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택시에 올랐다.
벚꽃 가득한 축제장 쪽으로 향했다.
흐렸던 날씨,
비가 왔었는지 후두둑 벚꽃잎들이 잔뜩 떨어져있었다.
하얗게 물든 거리는 평소보다 더 아름다워진 듯 했다.
엄청난 인파였다.
번잡함을 무척 싫어하는 나지만
사람들보다 더 많은 벚꽃들로 그저 행복했다.
포도송이 같은 벚꽃들이 주렁주렁 가지 위에 매달려있다.
태어나서 이토록 풍성한 벚꽃은 처음보았다.
온 세상 천지가 벚꽃이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졌던 코를 찌르는 벚꽃내음.
그 강렬한 첫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 기억속에 진해는 영원히 벚꽃의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번잡함을 벗어나
경화역 폐철길을 따라 걸어본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아무도 없는 철길 위를 걸어본다.
이 철길 위로 기차들은 수도 없이 달렸겠지?
이제는 기차가 아닌 사람들이 걷고 있다.
아름다운 벚꽃은 고독 속에 잠겼다.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듯 흐린 날씨에
벚꽃잎들은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철길을 따라 쭈욱 걷는다.
이 길에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지 전혀 몰랐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에 심취해 계속 걸었다.
되돌아가기에는 늦었다.
이제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세상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멀리 벚꽃나무 사이로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아른거렸다.
철길의 끝에는 도로가 있었다.
차가 쌩쌩다니는 일상의 모습이었다.
흐린 날씨와 잿빛 도시,
방금전까지 전혀 다른 세상 속에 있다가
갑자기 이곳으로 순간이동한 것 같았다.
도시의 흔한 장면이 갑작스러워 어색했다.
마침 근처가 진해역이었다.
경화역에서 진해역까지 철길을 따라 걸었던 것이다.
참 이 뚜벅이 정신이 대단스럽다.
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다.
어둠이 내린 뒤에는 형형색색 조명으로 물든
진해 여좌천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