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군항제 여좌천 로망스 다리
지나간 봄의 기록
이제 스리슬쩍 어두워진 거리
경화역 철길 따라 걷다 보니 진해역 근처까지 왔다.
철길을 가르는 육교를 지나왔다.
때마침 기차가 철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진해역에는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이제 좀 축제 다운 분위기가 풍기는 것 같았다.
어둠이 내렸음에도 사람들은 더 불어만 갔다.
컴컴해지니 화려한 불빛이 드러난다.
다양한 색의 전구들을 입힌 나무들이 가득했다.
출출하니 딸기 꼬치를 사들고 사람들을 따라 걸었다.
목적지는 여좌천 로망스다리.
다른 사람들의 목적지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는데
인파에 휩쓸려 걸어가면 저절로 로망스 다리에 도착하게 된다.
여좌천이 짠 하고 나타났다.
코를 찌르는 벚꽃 향기란!
밤에 보는 벚꽃도 기가 막히다.
만개한 벚꽃 나무는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늘어져 있었다.
흐르는 물줄기에 닿을 듯 말 듯 하더라.
이토록 풍성하고 넘쳐 흐르는 벚꽃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냥 말문이 턱 막히게 아름답더라.
조명을 켜두어서 물가에 아롱거리는 빛깔들은 새로웠다.
낮보다 훨씬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번잡함에 짜증이날 법도 하지만
많아지는 사람과 더불어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지니
생글생글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고 행복했다.
이 좋은 곳에 왜 이제야 와보았는지 서글프면서도 행복했다.
항상 꽃 좋을 철에는 학교나 도서관, 독서실 안이었는데
어찌저찌 하다보니 이제 좀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
운 좋게 꽃 때를 딱 맞춰와서 진풍경을 보고 간다.
코를 찌르는 벚꽃 향기와
포도송이 주렁주렁 열린 벚꽃들을 잊지 못하겠지.
안녕 진해! 다음에 또 찾아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