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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Aug 19. 2019

한여름 바다와 함께한 울진 여행

울진 1박 2일 여행

주말에 포항에 가려다가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울진에 가게 되었다. 둘 다 영덕, 포항, 삼척 등지는 가봤어도 울진은 처음이었다. 대구에서 갈 때는 포항을 거쳐서 해안도로를 따라 울진으로 갈 수 있었다. 가는 길 와촌 휴게소에 들러 통밀자장면과 메밀묵밥을 먹었는데 완전 성공적이었다.



여행 떠날 때 이렇게 휴게소에 들리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된다. 휴게소마다 맛난 음식들이 제각각이고 그걸 찾아 멱는 것도 재미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먹어야 제맛이 나는 간식들! 통감자와 핫도그, 그리고 우리의 사랑 꽈배기! 차타고 가면서 마실 커피와 군것질거리들을 준비해놓고 울진으로 출발했다.



차가 꽤 막혀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이들이 다 방학을 맞은 한여름 주말이기도 했고 이쪽 해안도로가 원래 좀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들었다. 울진 도착했을 때는 배가 무척 고픈 상태였다. 울진까지 왔으니 대게를 먹어보기로 했다. 우리가 갔던 식당은 죽변항 앞에 있는 곳이었다. 근방에 대나무가 많이 자라서 죽변항이라 불린다고 들었다. 대게라는 이름도 게 다리 모양이 대나무 대처럼 생겨서 붙은 것이니, 대게와 죽변항은 뭔가 찰떡같이 맞아 떨어지는 곳이다. 식당에서 파는 대게는 1kg에 8만원이었고 찐 게를 먹은 뒤 밥을 볶아서 먹고 매운탕도 곁들일 수 있었다.



처음에 게가 나왔을 때는 에게? 양이 이래서야 배가 차겠나 싶었다. 그런데 먹다보니 배불러서 더는 못 먹겠더라. 대게야 원래 맛있는 것이고 게딱지 볶음밥과 매운탕이 정말 맛있었다. 볶음밥을 한 입 넣으니 쪽파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게 내장 때문인 것인지 무척 고소했다. 사실 기대 이상이었던 것은 매운탕이었다. 회를 썰고 남은 생선들을 이용해 매운탕을 내어 주시는데 맛이 기가막혔다. 배가 불러서 건더기는 다 먹지 못했어도 국물은 너무 시원하고 개운해서 싹 다 먹었다.



대게를 먹고난 뒤 숙소에 체크인하기 전에 폭풍속으로 드라마 세트장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죽변항 바로 옆인데 세트장 근처는 차로 꽉차서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언덕배기에 겨우 주차를 해놓고 걸어 내려와 세트장으로 향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에 예쁘장한 집이 한 채 있었다. 창문 밖으로 수평선 떠있는 바다가 보이는 내가 꿈꾸던 집이었다. 집 오른쪽 절벽 위에는 하얀 등대가 서있고 먼 바다위로는 하얀 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울타리에 기대어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가 내리막길을 따라 해변 쪽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하트해변이라 불린다. 해변 모양이 하트라서 그렇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바라보니 하트 같기도 했다. 해변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저기 텐트가 쳐져있고 수영하는 사람들, 스노쿨링 하는 사람들, 버너로 라면을 끓여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음번에는 해수욕 준비를 하고 이곳에 와봐야지 싶었다. 해변의 모래가 고왔고 물도 맑아 보였다.



하트해변을 둘러보고 곧장 숙소로 들어갈려고 했는데 갑자기 팥빙수가 너무 먹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카페 말리라는 곳에서 빙수를 팔길래 먹고 들렀다 가기로 했다. 카페 안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해변 풍경이 좋았다. 1층부터 2층까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모래사장 위를 한 번 걸어보고 싶었으나 더워서 포기했다.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이야기했다.



인절미 빙수를 시켰다. 이가 시리도록 와구와구 빙수를 퍼먹고난 뒤에 카페를 나왔다. 풍경은 아름답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무척 시끄러워서 오래 있기 힘들었다. 드디어 숙소를 향해 달려갔다. 우리 숙소는 골장 방파제 근처에 있었다. 도착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미리 에어컨을 켜두셔서 방 안이 시원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쨍한 푸른 바다를 기대했지만 날이 흐려서 뿌옇게 안개가 낀듯이 보였다.



흐려도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보기 좋았다. 뿌옇게 뜬 구름은 하늘을 뒤덮어서 하늘과 바다가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나름의 매력이 있다며 위로하며 숙소에서 좀 쉬다가 저녁거리를 사러 다시 죽변항으로 갔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폭풍속으로 세트장 쪽이 일몰 명소라고 들었는데 흐린 날씨 때문에 노을을 보기는 글렀다.



이 근방에서 유명한 곰치가 수족관에 가득 들어 있었다. 기괴하게 생긴 커다란 물고기다. 식감은 물컹물컹하다는데 먹어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왠지 입맛에 안맞아서 다 남길 것 같더라구. 죽변항 수산물 시장에 들러서 가자미와 도다리 회를 샀다. 팔팔하게 뛰는 생선을 잡아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쳐주셨다. 근처 식당에서 물회도 포장하고 마트에서 상추랑 마늘, 술도 사왔다. 숙소에 돌아와서 잔뜩 차려놓고 영화를 보며 저녁을 먹었다. 회가 좀 남아서 마지막에 라면 끓일 때 넣어 먹었는데 맛이 요상했다.



다음날 아침. 이 날은 어째 날씨가 맑았다. 전날 모여있던 구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하늘은 푸르딩딩하게 맑았다. 날이 좋으니 아침 산책에 나섰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갈매기들만 이리저리 날아다닐 뿐.



방파제 근처에는 그물이 잔뜩 쌓여있었다. 멀리 고깃배가 지나다니고 어제는 흐리멍텅하게 보이던 수평선이 또렷하게 보였다.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는 반짝반짝 빛났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좋았다.



우리의 아침식사는 생대구탕! 죽변항 근처에 가면 이른 아침에도 문을 연 식당들이 많다. 곰치국이 유명한데 난 물컹물컹한 식감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좀 더 내공이 쌓인 뒤에 먹어야겠다. 남편은 계속 곰치국을 먹고싶어 했지만 1인분이 따로 주문이 안되어서 시켜먹질 못했다. 시원한 대구탕으로 해장을 하고 항구를 돌아보았다.



막 배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잡은 생선들을 상자에 옮겨 담아 직판장에 나르고 있었다. 오늘 새벽에 잡은 생선들일까? 이름 모를 생선이 한가득 쏟아져 나왔다. 갑자기 어디에선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상자마다 담긴 생선들을 사갔다. 너무 순식간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숙소에 돌아왔다. 날이 좋으니 방 안에서도 수평선이 잘 보였다. 뒹굴뒹굴 거리며 쉬다가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나왔다. 그리고 다시 찾은 카페 말리. 돌아가는 길 졸음을 피하고자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해가려고 들렸다. 그런데 바다가 너무 예뻐보였다. 고운 모래사장 위를 밟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 올랐다. 무척 더운 날씨여서 몇분만 밖에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그래도 철썩이는 파도 가까이 다가갔다.



보드라운 모래 위를 걸어 보았다. 처음에는 신발을 벗고 걸었는데 발바닥이 타는 줄 알았다. 어찌나 모래가 뜨겁던지 몇 발자국 못 걷고 도로 신발을 신었다. 모래로 난장판이 된 내 발과 신발,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된 거 바다에 발이라도 담궈보자!



철썩이는 파도에 발을 적셨다. 시원했다. 태양은 따갑고 숨이 턱 막히게 무더운 날, 바다는 이리도 시원하구나. 에어컨이 없는 시절에 태어났다면 맨날 바다에서 뛰놀았을 것 같다. 온 몸을 다 바다에 내던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다음을 기약하며 모래사장에서 걸어 나왔다. 나오자마자 땀이 등줄기로 또르르 흘러내려서 얼른 차에 들어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다. 요즘같은 날씨에 에어컨이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싶다. 에어컨 발명가 캐리어에게 감사하며 울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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