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A Feb 14. 2020

푸른 바다와 함께하는 겨울 남해 여행

바다 앞 어느 펜션 그리고 아난티 남해 이터널저니


푸른 바다와 함께하는

겨울 남해 여행




우리가 사랑하는 남해를 또 다시 찾아왔다.

떠나기 전날에 급하게 바다 앞 펜션을 하나 잡아뒀다.
펜션에 묵는다면 바베큐 해먹는 재미가 큰데 날이 추우니 바베큐는 생략하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사먹기로 했다. 따로 장을 봐가진 않고 곧장 차를 타고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한 숙소는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우리가 머무는 방 발코니로 나갔더니 펼쳐진 넓고 푸른 바다! 잔잔한 바다는 보기만해도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멀리 알 수 없는 섬들의 실루엣이 보여였다. 태양은 바다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기분 좋은 겨울 바람이 불어왔다.



집에서 싸들고온 드립 도구들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데크 위 테이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내렸다. 김이 폴폴 나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고 책을 읽었다. 날씨 좋고 커피는 향긋하고 평화로운 오후 시간.



그러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야지 하고 펜션을 나오는데 주렁주렁 열려있는 다래들을 보았다. 마트에서 팔던 키위들은 자주 보았으나 이렇게 나무에 열려있는 녀석들은 처음 보았다. 금빛으로 반짝이던 다래들이 얼마나 귀엽게 보이던지 모른다. 하나 따서 먹어보고 싶었지만 주인 아저씨가 안보여서 함부로 그럴 수는 없었다. 눈에 담아두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우리가 찾아온 곳은 아난티 남해 이터널 저니. 얼마전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이터널 저니! 남해에도 있다길래, 게다가 숙소 근처여서 가보면 좋겠더 싶어 일부러 찾아왔다. 겨울이라 수영장은 텅 비어있었지만 멀리 보이는 섬과 바다, 노을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그리고 활짝 핀 동백꽃, 송이송이가 만개해서 화려한 모습이었다. 신나서 꽃 가까이에 다가가 몇번 코를 킁킁거리다가 돌아섰다.



이터널 저니 안으로 들어와서 먼저 책들을 구경하기 전에 출출한 배를 달래러 저녁을 먹기로 했다. 1층은 레스토랑이었는데 우리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음식들을 주문했다.



샹그리아 한 잔,
와인 위에 둥둥 떠있는 어여쁜 꽃,
향긋한 꽃내음 맡으며 와인을 입 안에 머금고..



사과나무로 훈연한 관자구이와 남해산 유자를 활용한 버섯 콘소메
나무향이 은은하게 묻어 나왔다.
아삭거리는 야채랑 부드러운 관자랑,
부드러운 유자향- 제일 맛있게 먹었다.



랍스터 딸리아뗄레
고소하고 게향이 가득 베인 로제 소스 파스타였다.
랍스터가 꽤 많이 들어있어서 놀랬다.

소스가 맛나서 싹싹 긁어 먹었다.



램 라구 파파델리
이걸 먹고나서 우리는 진정으로 양이 안맞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다시는 양고기를 시키지 않기로 결심했다. 특유의 양 냄새를 우리는 못 견디겠다. 뉴질랜드에서 망했던 양고기 요리가 떠올랐다. 다른건 다 맛있었는데 양은 아무래도 우리에게 아닌가보다.



천천히 배부르게 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해는 다 저물었고 푸르스름한 기운을 머금은 핑크빛 하늘이 우릴 맞아주었다. 파팟파팟-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난로 안에서 장작들이 뜨겁게 타고 있었다.



나무가 자작자작 타는 냄새가 참 좋았다. 마음이 정겹고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타는 장작을 구경하다가 추위를 피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역시 장작불보다 히터가 더 따뜻하구나, 허허. 저녁에 간단히 숙소에서 먹을 것들을 사고 책들을 구경하러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은 레스토랑 그리고 식재료들을 파는 공간이었고 2층에 올라가야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고른 책은 샤갈이 그린 그림을 삽화로 넣은 아라비안 나이트와 피터 래빗 전집. 창가 앞에서 잠깐 앉아 책을 보다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완전히 어둠이 내리고 한참 뒤에 책들을 사들고 이터널 저니를 나왔다. 이런 공간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멀리 와야만 있다는게 아쉽다. 이터널 저니에 오면 뭔가 구획된 공간마다 일정한 컨셉의 책들이 모여 있는데, 그 분류된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생각지도 못한 컨셉이 툭 튀어나올 때도 있고, 내가 관심가지던 분야의 책들이 모여있어 눈 돌아가며 구경하기도 하고. 아무튼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재미난 공간이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가로등 불빛이 바다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고요한 어촌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밤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했다. 데크 위에 가만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점점 더 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우리가 좋아하는 오리온 자리가 하늘 가운데 떠있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별들, 도시의 불빛을 벗어나니 이렇게 밤하늘이 아름답구나. 기분 좋은 밤.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낭만, 포항 구룡포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