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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 네가 있어 좋다
소심한 너는 내 운명
내가 선택한 작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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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박이별
Dec 2. 2023
나는 개와 함께 산다.
다행히 남편도 있다.
몇 년의 투병 생활 후 우울증이 찾아왔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늘 혼자인 생활에 함께 할 무언가가 필요해졌다.
간절히.
반려 동물을 아예 반대하던 남편도,
내가 강아지, 토끼, 거북이, 고슴도치, 햄스터까지 종류에 상관없이 끈질기게 조르자, 결국 강아지와 함께 하는 것을 허락해 줬다.
본인은 신경 쓰지 않겠단 선언과 함께.
그렇게 자그마한 토이푸들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왔다.
젊은 나이에 투병생활을 한 탓에 우리 집엔 아이가 없다.
또한 나는 똥손이라 식물 하나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의 강아지는
우리 집에서 내가 키우는 유일한 생명이다.
반려동물도 인연이 있다더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우리는 이 생명을 만나기 위해 분양하는 곳을 아주 많이 돌아다녔다.
지금이라면 유기견도 생각해 볼만 하지만,
반려동물 입양은 처음이라
그때는 분양을 받는 방법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군데에서 예쁘고 그만큼 값이 꽤 나가는 강아지들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하얗고 붙임성 좋고 눈물 없는(한마디로 상품성이 좋고 비싼) 강아지를 최종적으로 선택하러 갔다.
그 예쁜 강아지는 꺼내 놓자마자 아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우리에게 꼬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역시 예쁘고 건강해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저-쪽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흘끗 흘끗 나를 보고 있는 한 놈이 눈에 들어왔다.
"쟤도 좀 보고 싶은데요."
직원에게 말하자, 난감한 표정으로
"쟤는 개월 수도 좀 됐고, 눈물자국도 많아요. 데려가시면 후회하실지도 몰라요.
저 하얀 강아지가 성격도 더 좋은데요"
하고 말했다.
" 괜찮아요. 보여주세요"
단호히 말했다.
유리장에서 꺼내진 강아지는 전체적으로 베이지 색과 흰색이 섞여있는 아이였다.
투명한 통에 놓아주자 조금은 두려운 듯 뚱하니 앉아 우리를 올려다봤다.
'난 왜 네가 좋지?'
나는 활발하고 눈물도 없고 성격도 좋은 하얀 강아지를 뒤로하고,
약간은 쭈구리 같은 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분양해주는 직원은 우리의 결정을 확인하고는 약간은 의아해하며, 한편으론 속이 시원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다른 강아지보다 개월 수가 좀 많아서 분양이 되지 않아 다시 보내려던 것 같았다.
그 말이 떨이 상품이라는 말처럼 들려 조금 속이 상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드디어 나의 강아지를 만났다.
내가 선택한 작은 생명.
나의 강아지를.
집으로 함께 오는 길
30분 가까이 부들부들 떨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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