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왜인지는 몰라. 그저께 그었던 손목 밑에 이번엔 좀 더 깊이 그었어.
한 줄로 피가 생기더니 이번엔 곧 피가 뚝뚝 떨어졌어.
이번엔 마음이 시원해지지 않았어.
좀 더 깊이 긋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무서워졌어. 하얀 피부에 푸르게 퍼져있는 줄.
그 핏줄을 따라 그으면 어떻게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소름이 끼쳤어.
난 왜 이렇게 됐을까.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어.
혼자 생각할수록 무서워.
이상한 생각을 자꾸 하게 돼.
가위로 머리카락을 막 자르고 싶다든지.
팔의 혈관자국을 따라 길게 긋고 싶다든지.
정신의학과 선생님도, 남편도 입원을 생각하는 거 같아. 그럼 좀 나아질까...
답답해.
미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