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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붙박이별 Jul 22. 2024

너를 만난 날

너에게 연락이 왔어.

만나서 얘기하고 싶단 연락.

나는 많이 망설였어.

아직 너와 그녀가 이별 한 건 아니니까.

너를 만나면 그녀를  못 볼 것  같았어.


그런데 본능이 이성을 이겼어.

결국 너를 만났지.

네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뭘까 너무 궁금해서.


네가 말한 곳에 찾아간 나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너를 봤어.

너의 뒷모습에 갑자기 숨이 가빠졌어.

심장이 두근거렸고.


-먼저 마시고 있었네.


나는  조금 어색하게 네 앞에 앉았고, 너는 내 술잔을 채워주며 웃었어.


-나 헤어지려고.


너의 첫마디였어.


-아... 들었어.

나는 어색하게 대답했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가 너인 것 같아.


당황스러운 너의 말.


솔직히 말하면 그녀에게 미안한 맘 보다 설레는 맘이 더 컸어.


-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헤어지는 건 너희 문제고, 네가 헤어진다고 해도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될 수 있는 건 아냐. 애초부터 그렇게 시작된 관계니까.


진심이었을까.  겨우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었을까. 난 네 말에 그렇게 대답했어.


넌 한참 동안 말없이 술을 마셨어. 나도 말없이 술을 마셨지.


-근데, 난 그래도 헤어질 거야. 이미 말도 했고.

너와의 관계가 바뀌길 바라진 않아. 어렵단 것도 알고. 근데, 부탁 하나만. 그냥 가끔 이렇게 만나서 술 한잔 정도는 괜찮다고 해줄래?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어.

이번엔 본능이 이겼어.

머릿속에서 온갖 핑계를 다 대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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