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전화를 받고 멍하니 멈춰 있었다.
사고..? 사고라니...
겨우 정신을 차린 지아는 병원으로 급하게 갔다.
응급실에 영준이 누워있었다. 그리고는 지아가 도착해서 영준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지아를 한번 보고눈을 감았다.
하얀 천이 그의 얼굴을 덮었다.
지아는 배를 잡고 쓰러졌다.
눈을 뜨니 병실이었다
"영준 씨는..."
영준의 누나에게 물었다.
"장례 치르고 있어. 발인만 남았어."
지아는 또 눈물을 흘렸다.
"지아야. 아기는 어떡할 거야?
혼자 키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
영준 누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지아는 영준의 발인을 보지 못했다. 영준의 사진을 보자마자 다시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아는 여러 번 쓰러졌고 아주 많이 울었지만, 뱃속의 아기는 잘 버텨주었다.
지아가 몸과 마음을 추스를 때쯤 영준의 누나가
지아를 찾아왔다.
"지아야. 좀 괜찮아?"
"네.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지아야, 영준이도 그렇게 되고, 혼인 신고도 안 했는데, 아이는 어떻게 할거야?
아직... 수술 가능한 시기이잖아. "
누나는 망설이며 말했다.
지아는 한참 생각하다 얘기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혼자 키울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보내기도 싫어요."
지아는 눈물을 글썽였다.
둘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영준의 누나가 먼저 침묵을 깼다.
"지아야... 이런 얘기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얘기할게. 그 아이...
낳아서 나한테 보내고, 넌 그냥 새로운 삶을 사는 게 어떠니? "
지아는 그 말에 놀라지는 않았다. 영준의 누나는 불임이었고 입양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짐작은 했었다.
영준의 누나는 간절해 보였다.
지아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지아는 입을 열었다.
"언니... 죄송해요. 저 이 아이 못 낳을 것 같아요. 언니가 키운다고 해도 영준 씨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영준 씨와 관련된 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야 제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죄송해요... "
지아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영준의 누나도 이해한다는 듯 지아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래. 그 맘 알 것 같아. 강요 안 할게. 네 선택이니까.
지아야, 영준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가능한 다 잊고 앞으로 잘 살아가."
영준의 누나는 마지막으로 지아의 손에 두툼한 봉투를 쥐어주고, 지아의 손을 꼭 잡았다.
지아는 영준의 누나가 병실을 나갈 때까지 소리 내어 울었다. 아주 오랫동안.
지아는 머리가 복잡했다.
영준의 누나는 재산이 많으니, 아이를 낳아서 준다면 한몫을 챙겨 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준은 O형, 누나도 O형.
하필 지아 본인도 O형이다.
.......
만약에 그날 밤 그 남자가 O 형이 아니라면...
그래서 태어난 아이가 다른 혈액형이라면...
돈은 아쉽지만 배 불러서 몇 달을 다니는 것도 힘들 것 같고, 혹시 아이가 O형이 아니면 골치 아픈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냥 포기하자.
불안의 싹은 잘라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