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고 나서
이사를 하고 나니, 집에 가는 길이 더 멀어졌다.
분명히 어디에선가는 이곳도 가까운 곳일 텐데 어디에서나 멀게만 느껴진다.
오랜만에 조금 멀리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환승하러 가는 구간에서 시 한 편을 읽었다.
‘뒷굽’이라는 제목이 좋아서 눈길이 갔다.
‘뒤’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슬픈 느낌과 결이 같아서 자꾸 뒤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함이 있다.
대부분 한쪽으로 닳아있는 뒷굽
땅과 내가 스친 흔적 같아 내 무게를 직감하며 안도감이 들다가도
기울어진 방향에 불안감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닳을 거면 공평히 닳지, 왜 한쪽만 닳아 없어질까.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이 문장과 함께 기다리던 지하철에 올랐다.
새 신발은 평평해서 아프고, 헌 신발은 기울면서 익숙해지는걸.
왜 꼭 좋은 건 좋은 게 아니고 싫은 건 싫은 게 아닌지
좋은데 싫고 싫은데 좋고, 기울면서 평평해지고 싶다면서 기울어지고만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가 기울어지고 있는 방향은 어디일까?
문득 내 가장 낮은 곳이 내 물음과 닿아있다는 걸 알게 됨을 자각한다.
신은 신발의 뒷굽도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그렇게 나는 기운 채로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