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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글 Sep 04. 2019

정리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2019년을 시작하는 때에 썼던 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원래 이랬었나) 정리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아마도 이건 공개되는 글에 대한 압박과도 이어지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그냥 갑자기 든 생각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글로 쓸 수도 있는데 내 기준에서 완성된 글 한 편이 아니면 공개하지 못하는, 온전한 내 공간에서도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비공개 글이 더 많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고, 어떤 내용으로 몸통을 채울 것이며, 또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심사숙고한다. 또한 마지막에서는 어떤 임팩트를 남겨야 한다는 욕심에서 비롯한 강박마저 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보고 듣고 경험한 이후에 그걸 글로 써낼 때, 자꾸 대상을 분석하게 된다.

금방, 뭔가를 쓰고 싶다가도 다듬어야 할 걸 생각해 미루다 보면 타이밍을 놓친다. 그럴 때가 너무 많다. 나는 왜 나에게도 솔직하지 못할까.

순서가 엉망일 수도 있고, 맞춤법이 틀릴 수도 있고, 내 감상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도 있는데 최대한 안정적인 틀 안에 놓이고픈 마음, 그거다.

남들 맛있다는 건 먹어보고 싶은 마음처럼, 남들이 작품성이 좋다는 영화나 드라마는 보고 싶고, 별로 궁금하지 않은 책도 남들이 많이 본다 싶으면 읽어봐야 하고, 물론 이게 나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을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하는 궁금증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평가로 인정된 안정된 작품을 추구한다는 것을. 설령, 그런 작품을 접하고도 '글쎄', '별로'라고 생각했음에도,  표현하는 것을 아닌 척해도 두려워한다는 것을. 실제로 어떤 책을 읽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나는 '작품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뭔지도 잘 모른다. 실제로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느끼고, 그리고 그만이다. 그런데 남들이 말하는 좋은 작품이라는 것에서 나도 똑같이 그걸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할 만한 요소를 찾고 있다는 것, 상대의 평가에 예민하고, 그 평가의 안정성에서 벗어나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평가할만한 그 안정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쓴다. 때로는 그게, 진짜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희석시키는 행위라 해도 말이다. 정리된 글이 주는 안정성, 안전한 평가 안에 놓였다는 안심이 주는 힘은 컸고 나는 그 안까지 내 날 것의 감정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 늘 그 테두리 밖에 놓인 수많은 나의 모습은 정리되지 못했다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비밀처럼 여겨졌다.

정리하지 않고도 표현하고 싶다, 비밀이 너무 많으면 외로워진다.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고 싶다

올해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라지 말고, 노력해보자.


-2019년 초에 쓴 글

그리고 9월

브런치를 통해 공개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약간은 두렵고 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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