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긴 줄 알았는데 (1)

화분에 물 줄 시간도 없냐

by 요마

가끔 쇼츠를 보다가 빠져들고 보게 되는 것이 동물들이 나오는 콘텐츠이다.

어릴 적 주택에 살 때에 언제부턴 인가 집에 개를 키웠다.

치와와가 섞인 것 같은 변견부터 일본종 강아지, 셰퍼드, 피플테리어, 그리고 명품 진돗개까지.

키우던 개에 관해할 이야기는 많지만 그건 나중에 써보려고 한다.


그래도 그중에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까지 계속 키우던 진돗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들 (호돌이, 금희, 호순이) 은 진짜 영리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집에 가까워지면 벌써 개들의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오는 줄 알고 빨리 문을 열어주라고 낑낑대는 것이다. 대문이 열리고 내가 들어가면 어서 오라는 듯 내 앞에 약간 앞서서 현관까지 꼬리를 치며 나를 안내해 준다. 새끼를 낳으면 나는 개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우리 집 진돗개들을 진짜 좋아했었다. (그립다..)


그래서 요즘 동물 영상을 보면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에 소중하고 귀엽고 늠름했던 우리 집 개들이 그리워지고 나도 다시 애견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예전 우리 집 개들과 내가 경험했던 동물과의 말랑한 연대를 다시 한번 맺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선 듯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다가올 이별은 경험하기 싫고, 무엇보다 생명 하나를 책임지는 무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애완견을 키우고 싶은 욕망은 어항을 사서 애완물고기를 키울까..라는 생각에 미치다가 부엌에 놓여 있는 작은 화분으로 눈길이 닿고, 그리고 지금 잠시 쉬고 있는 센터의 화분들의 생각에 이르며 더욱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갑자기 진단받은 암이라는 복병 덕분에(?) 수술 후 몸과 마음의 체력을 회복한다는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휴업 중인 센터에는 오픈 날 지인들에게서 받은 식물들이 자리를 꽤 차지하고 있다. 잊지 않고 2주에 3회 정도 물을 준 덕분인지 죽지 않고 쌩쌩하게 푸른 잎을 만들어내 왔는데...

시들어 떨어진 불쌍한 잎들.



수술 이후에는, 이상하게 밖에 나가는 일이 힘들어지면서 예전처럼 자주 물은 못주고, 1일에 1회 정도 물을 주고 있다. 가끔 물 주는 시기를 잊고 일주일이 넘어가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허겁지겁 달려가면서 나는 목마른 아이들에게 물을 안 주고 말려버리는 악독한 마녀가 된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일 30도가 훌쩍 넘는 이 무더위에, 환기도 안되는 실내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이글거리는 열기를 받고 있는 화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키우는 식물에 애완식물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던데 나는 감히 그렇게 부르지 못한다...ㅠㅠ 창문을 열고, 재빠르게 물통에 물을 받아 물부족에 제일 민감한 화분에 물을 부어주며 다른 화분들의 상태도 살펴본다. 푸르던 잎 색깔이 갈색으로 변해가는 잎, 그러다 급기야 떨어져 버린 잎, 색변화는 없지만 잎이 시들해져 쪼그라든 잎 등등.





내가 오기를 기다리며 바짝바짝 말라가던 식물들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되뇌며 내게 정신적 회초리질을 하다 보면, 떨어진 잎 수만큼은 아니지만 연두색의 깨끗하고 작은 잎들이 곳곳에 올라와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예 잎이 다 말라버려 아무것도 없던 화분에서도 일주일 뒤에 가보면 파릇하고 귀여운 새싹이 올라와있다.

이때, 이제 잊지 않고 더 자주 와서 환기도 시키고 물도 잘 주면, 다시 다들 좋아질 거라는 약간의 희망이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괴로움을 밀어낸다 (집에 가면 다시 잊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또 허겁지겁 줄 주러 가는 모습이 반복되겠지만..).


체력을 회복한답시고 쉬기 시작할 무렵엔 하루가 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나가던 센터 일도 쉬게 되었으니 그간 시간이 없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던 책, 글, 그림 같은 취미 생활을 야무지게 해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제대로 안 하는 무생산적인 하루로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리는 신기한 일이 지속되고 있다 (그냥 내가 게으르게 지내고 있다는 말). 그래서 시작한 이 연재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게 잘해보고 싶다. 더불어 불쌍하고 착한 내 식물들도 조금 더 신경 써서 돌보고...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