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긴 줄 알았는데 (21)

불편해지는 순간들

by 요마


요즘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더 만나게 되면서, 다양한 상황 속에서 관찰한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특별한 악의는 없지만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는 사우나에서 몸을 지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난 블로그에도 언급했지만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일상에 겪는 다양한 감정과 사연이 결국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도 조금씩 하게 되고.

몇 주 전, 조금 늦은 시간에 목욕을 갔었다. 좁은 사우나실은 열댓 명이 넘는 사람들도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구석에 한자리가 있어 조용히 앉아 얼굴을 싸매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우나 멤버들이었다. 이야기 중에 특정 인물 (하두 이름을 얘기해서 이름도 외웠음)의 험담을 시작하는데, 그중 한 아줌마가 씩씩 거리며 갖은 욕을 섞어가며 흥분을 하는 것이다. 좁은 사우나실에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한두 번 들어도 불쾌한 쌍욕을 무슨 랩하는 것처럼 듣다 보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결국 얼굴에서 수건을 걷어내고 욕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서야 욕 없는 대화가 이어지게 되었다 (말해 놓고 새가슴은 듀근듀근). 흥미로운 점은, 험담의 대상이 된 그 사람이 평소 공공장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행동을 자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험담을 하며 큰 소리로 욕을 쏟아내는 자신의 행동 역시,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또 다른 이야기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무턱대고 회사가 문을 닫아서 집에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차비를 빌려주면 꼭 갚겠다고 돈을 빌려가기도 한다고 한다. 사지 멀쩡한데 이렇게 돈 구걸? 하며 다니는 사람도 이상하지만, 이런 사람을 "요즘 우린 장사가 안되어 줄돈이 없다. 옆에 가면 A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 가봐라."라고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사람도 있다. 결국 A라는 사람이 차비를 주었다고 한다.

세상에는 민폐를 끼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민폐를 또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의 민폐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행동들은 단지 예의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공공의 테두리 안에서 조절하는 능력이 작동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 문제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라는 단순한 질문이 선행되면 많은 불필요한 마찰은 줄텐데..


나도 인간인지라 완벽할 수는 없다. 종종 실수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의식적으로 나를 둘러싼 주변을 살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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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사우나는 사실 몸도 마음도 여유를 찾는 장소이다. 며칠 전에는 엄마를 모시고 수영장에 다녀왔는데, 그곳 사우나에선 너무 재미있는 어르신이 있어서 안에서 몸을 데우는 동안 나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이 웃음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타고난 만담꾼 같은 어르신이었는데 덕분에 그 공간의 시간은 편안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