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라는 사치

생각없는 사람의 생각없는 삶

by 새롭게 리플랜

초, 중, 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나는 공부를 왜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다. 가부장적인 공무원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의 밑에서 자란 나는 그들의 품 안에서 안정적으로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다. 꿈은 있지만 노력하지 않았다. 어차피 어른들이 원하는 인생대로 살 것 같았고, 그들을 설득할 만한 노력도 하고 싶지 않았던것같다. 내 주위 친구 친척들은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나는 그냥 멍하니 그들의 자랑이라는 환상을 부러워하며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들처럼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남들이 하라고 하니까. 해야만 한다고 하니까. 시키니까 했던 것들을 묵묵히 했던 것 같다. 그런 화려한 언변의 사람들은 평생 나와 함께해줄 것 같았다.



믿은 내가 미친놈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튀지 않고, 자기주장이 강한 그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하루를 넘기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런 고비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나만의 장점은 '공부 잘하게 생긴 외모'였다.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선생님 말씀에 토 달지 않으며, 하라는 데로 잘 해가는 편한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선생님이 보더라도 나 같은 학생은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모범적인 모습과 태도는 나에게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한계가 있었다. 수업에 관심이 없으니 쓸데없는 잡생각이 많았고, 그런 믿음은 나에게 부담이 아닌 요령을 키우는데 한몫을 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척, 집에서 공부를 하는 척하면서 딴짓하는 스킬 등. 결국 그런 나의 모습들의 결과는 성적표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뻔한 결과였다.



나는 아침 8시에 등교해서 야자까지 하고, 학원을 갔다가 집에 오면 11 시시 넘는 시간에 항상 집에 도착했다. 주말은 그래도 게임을 했다. 평일에 열심히 공부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부모님도 딱히 주말을 터치하지 않았다. 조용히 학교에 가서 사건 일으키지 않고, 학원 땡땡이치지 않고, 늦은 밤 지친 모습으로 집에 오면, 나에게 시선이 몰렸고,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나의 삶의 패턴은 익숙했다.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흘러가는 무의미한 시간들이 나의 학창 시절의 전부였다.


이런 삶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겨버리면 나는 그걸 감당할 용기도 없었다. 충분히 나의 24시간은 따라가기 급급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끌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을 살면 당연히 좋은 대학에 가겠지라는 생각도 막연하게 하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었던 것이다.


결국 좋은 대학교에 갔을 리가 만무했다. 지방 4년제 대학교에 들어갔고, 그때 가장 유명했던 안철수의 안랩. 해킹, 보안 쪽 학과에 들어갔다. 나를 사랑하는 분들이 희망하는 나의 미래의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내가 공부 외에 하는 모습을 컴퓨터 하는 모습만 봐서 내가 컴퓨터 잘하는 줄 착각하셨던 것 같다.



그저 컴퓨터 게임만 했을 뿐인데,



나는 지금도 컴퓨터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편이다. 지금도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하는 것에는 평균 이하로 잘 모른다. 흥미도 없고, 어려웠고, 이해가 간다고 해도 너무 복잡했다. 이런 내가 컴퓨터 보안 쪽의 과를 선택한 것은 정말 그 정도로 나는 나중에 무엇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거나 일을 할지 전혀 몰랐던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지방대학에 나왔지만

대학원까지 마치고 임용고시를 보고

학교 컴퓨터 선생님이 된

나의 모습의 테크트리를 그렸다고 한다.



막막했지만 살아남아야 했다. 대학도 실패했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목표를 수정했다. 학점을 높게 받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전공은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하면 할수록 맞지 않았고, 어려웠다. 왜 그렇게 해야 하고, 이건 무슨 원리로 돌아가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군가가 나의 옆에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연습이 전혀 안되어있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연습을



누군가가 떠드는 것을 받아 적고, 학원에서 문제를 짚어주고, 이게 왜 그러는지 알 지도 못한 채 그냥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는 나는 나의 평생 해오던 공부 패턴을 바꿔야만 했다.



하지만 될 리가 만무하다.



오픈북이라는 신기한 제도를 접하고, 받아 적고 외우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생각이란 걸 하면서 이해를 하고 공부를 해야 했다. 내가 원하는 잘하는 분야도 아니고 관심도 없는 분야를 생각을 하면서 배워야 하는 것은 너무 큰 고통이었다. 결국 나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당구를 치고 저녁에는 술을 마시며 군대 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그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간다고 말을 했다. 만약 내가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면 그 친구와는 학년이 달라져서 앞으로 3년간 보지 못하는 상태가 돼버릴 수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 친구를 따라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다.



이 정도로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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