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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replay Jun 23. 2021

낮잠

알래스카- 맛있는북극이야기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으로 왕복 4시간 출·퇴근하던 나는 늘 잠이 부족했다. 밤에는 나를 기다리는 책과 영화, 산책을 즐기기 시간이 늘 부족했다.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삭막함을 견딜 수 없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2교대로 점심을 먹었는데 일반 직원들은 이른 점심, 직함이 달린 관리직은 늦은 점심시간이 암묵적 룰이었다. 이른 점심을 먹고 나는 내 작은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잤다. 눈치를 보지 않고 잘 수 있던 달콤한 시간. 하지만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간다. 무리한 업무 때문이었는지 매일 엎드려 잔 낮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허리디스크로 지금까지 고생을 한다.      


몇 해 전 스페인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점심시간이 두 시간. 해가 뜨거운 정오에는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낮잠을 즐긴다는 시에스타의 나라. 소문으로만 듣던 그 시간을 경험하면서 부러웠다. 왜 우리는 잠을 줄이면서까지 살아야 할까. 지하철 자리가 날 것 같은 사람 앞에서 눈치게임을 하며 잠깐 동안 잠을 청할 행운을 빌어야 할까. 자고 싶을 때 충분히 잘 수 있는 것. 그런 것이 사치인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이제 8시간 충분히 잘 수 있는 나는 더 이상 낮잠을 자지 않는다. 낮잠을 자지 않아도 혹은 낮잠을 잘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 유일하게 프리랜서에게 허락된 자유이자 복지다. 낮잠의 자유가 허락된 것이 복지가 되는 이상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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