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스카 - 맛있는 북극이야기
“정말로 괜찮겠어?” “걱정하지 마. 원래 나 해외여행 혼자 잘 다녔었다?”
“너 길치잖아.” “구글맵 덕분에 문제없어, 또 헤매면 어때, 모험을 떠나라 용사여.”
영 못 미더워하는 그를 보내고 마냥 신났다. 얼마 만에 혼자 여행이더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제 내 마음대로 실컷 해도 잔소리 들을 일이 없다. 누구의 컨디션도 맞출 필요가 없다. 가고 싶었던 곳, 맛집 미션을 격파하며 이틀을 지냈다. 문제는 마지막 날이었는데 가기로 계획한 잡화점이 그날따라 휴무였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나는 공원에 앉아 바닥으로 떨어지는 벚꽃 잎을 멍청히 바라봤다. 왠지 탁 기운이 빠졌다. 결혼 전 여행은 늘 혼자였다. 유일하게 온종일 혼자 마음대로 하는 여행이 그리웠다. 마냥 신 날줄 알았다. 고작 며칠 떨어져 있을 뿐이었는데 보고 싶다거나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다. 그건 아닌데... 숙소에 돌아와 폐점 임박 세일의 도시락에 맥주 한 캔도 더 이상 행복하진 않다. 혼자 묵는 숙소에서 여행의 마지막 밤이 저문다.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짐을 싸 공항에 갔다. 비행기 시간이 늘 아슬아슬하게 뛰 던 내가 큰일 난 것처럼 안 하던 짓을 했다. 평소 같으면 여행지에서 끝에 끝까지 욕심껏 구경했을 거다. 이번엔 아주 천천히 공항에서 남은 잔돈을 쓰며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오래 끌은 캐리어의 진동이 한참이나 손바닥에 여운을 남길 때쯤 집에 도착했다. 용사가 되어 떠난 모험을 자랑하며 그날 저녁 일본에서 잔돈을 탈탈 털어 사온 가루로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 짖은 카레 향에 감겨 같이 먹는 저녁이 참 맛있었다.
누군가 날 기다린다는 건 따뜻한 거구나.
사람이 그리우려면 ‘떨어져 있어봐야 한다.’라고 했던가.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이제는 알 것도 같다. 하지만 난 금방 잊어버리니까 알고도 또 할 거다. 난 그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