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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replay Jul 07. 2021

비 내리는 날

알라스카 - 맛있는 북극이야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하굣길 언니와 만나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으로 걸어간다. ‘어 재는 엄마가 우산을 들고 마중 나왔네. 좋겠다.’ 당연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한 번도 우리를 위해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오지 못했다. ‘엄마는 집에 안 계셔, 돈 벌러 갔잖아.’ 알고 있지만 부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장대같이 내리 꽂히는 빗줄기는 따끔따끔하고 기분까지 궁상맞아진다.        


마음을 들킬세라 못 본 척 성큼성큼 걷다가 이내 뛰기 시작한다. 뒤쳐진 언니에게 “너 때문에 비 더 맞잖아.” 괜히 툴툴대며 물을 튀긴다. “앗, 차거.” 느닷없는 물세례에 언니도 질세라 발을 구른다. 둘이 툭탁툭탁 비를 맞으며 첨벙첨벙 뛰어다닌다. 물이 고인 물웅덩이가 있으면 누가 먼저 밟을세라 얼른 뛰어가서 발을 구른다.

달아오른 볼에 닿은 시원한 빗물에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따갑기만 하던 빗줄기가 이제는 시원했다. 비를 피하려 뛴 건지 노느라 뛴 건지 모르게 내달려 집으로 향하던 내 어릴 적 비 오던 날.

    

비를 맞으며 뛰놀던 기억이 많다. 혼자였다면 쓸쓸했겠지만 같이 비를 맞던 언니가 곁에 있었기에 비 오는 날이 싫지만은 았았다. 이제 생각하니 싫었던 일들도 꼭 싫은 면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조금은 아는 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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