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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replay Jul 21. 2021

서투른 마음

알라스카-맛있는북극이야기


수영장에서 사람은 딱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 나는 다행히 후자였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물에 감싸여있던 본능을 잊지 않은 걸까? 물을 좋아했다. 안타깝게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일이긴 하지만.     


우리는 안다.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라는 걸. 수영이란 운동이 그렇다. 실은 유달리 그렇다.

나와 같은 초급반 B는 제자리에서 도통 나아가질 못했다. 정말 이상했다. 흔한 땡땡이도 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수영을 하는데 도통 늘지를 않는다. 유난히 거친 호흡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의 B는 번번이 우리의 진로를 방해했다. 자유형 6번, 배영 4번. 주어진 횟수를 채우고 잠깐의 휴식시간 마지막으로 도착한 B와 눈이 마주쳤다. “항상 열심이시네요.” 괜히 민망해진 나는 예의상 말을 건넸다. “물을 무서워해서요.” “어? 그런데 수영을 하세요?” “해보고 싶어서요.” 누구보다 물장구를 열심히 치던 그는 실은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물이 무서운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한 달이 채 되기 전 일찌감치 포기하는걸 익히 봐왔다. 갑자기 B가 달리 보였다. '멋있는데?' 나는 두려워하는 일을 이겨 내려고 오랜 시간 노력해본 적이 있던가? 내 진로를 방해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짜증 냈던 게 부끄러웠다. 이 마음은 다음 턴 B의 물장구 덕에 물을 잔뜩 먹어 이내 달라졌지만.


나를 포함한 몇 명은 중급반으로 올라갔다. B는 여전히 초급 레일에서 열심히 물장구를 친다. 잘하지 못해도 뭐 어때. 잘하지 못할걸 알면서도 하는 마음은 멋있다.


ps. 수영만큼 중독성 강한 운동이 없다는 걸 안 요즘. 코로나 덕에 2년째 수영을 못하고 있는 수영인은 웁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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