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스카- 맛있는북극이야기
낙천주의자처럼 보인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오해다. 나란 인간은 낙천주의보다는 비관론자에 가깝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다 보면 대부분의 일들은 내가 생각한 일들보다는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 최악은 아니잖아. 그래도 이 정도라 다행이야.’ 생각하곤 한다. 지독한 비관론자는 낙관론자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비관론자답게 걱정을 사서라도 하는 잔걱정 대마왕인 나는 이번 달 전시를 앞두고 매일이 걱정이다. 코로나 뉴스를 들여다보면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소식이다. 전시 준비를 하자니 혹여 취소라도 되면 어쩌지 싶다가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어 열심히 손을 움직이긴 한다. 3년 전부터 큰 페어에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때 설마 했던 행사가 취소돼서 그동안 그린 작품과 굿스를 보일 곳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었다. 애써 준비한 것들이 흩어지지 않게 마음을 다잡으며 선보일 날을 기다린 1년. 지금이야말로! 하며 비장의 카드를 꺼내려는데 판을 깔기도 전에 접을 판이다.
그래서일까? 예년 같으면 별 관심 없었을 올림픽. 그 올림픽에서 애쓰는 선수들을 보면 주책없이 자꾸만 눈물이 난다. 취소될지 아닐지 모르는 불안한 날들이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르고 응원해주는 이가 없어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나는 고작 1년을 기다리고도 마음이 바짝 졸아들었다. 하물며 평생의 꿈을 향해 달려온 선수들에게 언론과 댓글들은 너무 쉽게 올림픽 취소를 떠들어댄 건 아닐까.
걱정하던 많은 일들도 결국 별 일 아닌 일
이면 좋겠다. 내년이 있으니 올해는 포기해도 되잖아. 그런 말은 지금만 보며 달려온 사람에겐 지금은 너무 가혹한 말이다. 전시를 앞두고 오라고도 오지 말라고도 못하는 마음이 괴롭다. 그저 모든 게 걱정뿐이었기를, 생각보다 괜찮은 날들이 이어지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