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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replay Sep 01. 2021

어쩌면 세상을 구할지도 몰라.

어릴 때는 늘 볼이 빨갰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볼이 빨갰던 이유는 늘 사람들이 “아휴~ 귀여워.”라며 볼을 꼬집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엔 누가 볼을 만질라 치면 울기까지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볼을 꼬집은 후라 누군가 볼만 만져도 아렸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아이가 자라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이 “귀여워.” 감탄사를 연발하며 작품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다가온다. 하나같이 약간은 찡그린 채로 진실로 귀여워서 못 견디겠다는 듯 미간의 주름을 지은 채다. 찬찬히 보는 눈길은 하나같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한 발자국 뒤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그 모습이 더 귀여웠다. 알라스카들의 언어로 이야기해 본다.

 
누가 누구한테 귀엽데, 네가 더 귀여워.     


펜데믹은 우리의 생명 자체가 위협받는 시간이다. 먹고 입고 자고 싸는 필수요소들이 더 중요한 시간들이다. 그런 세상에서 그림, 예술은 사는데 사실 쓸모없는 존재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내가 만들어낸 귀여움들이 어떤 사람의 지친 하루의 위안, 소중한 공간에서 건네는 다정함 같은 것 말이다. 귀여움은 세상을 구하진 못할지라도 어떤 사람의 마음은 지켜주지 않을까 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혼자 골방에서 작업을 계속한다.     


코로나가 4차 유행인 가운데 큰 규모의 전시장에서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인다는 건 많은 고민이 따라오는 모험이었다. ‘아무도 안 오면 어쩌나. 혹은 너무 많이 오면 어쩌나.’ 서성이던 날들이 지나고 결국 전시를 했다. 불안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무사히 성공적으로 전시를 치렀다.      


알라스카의 귀여움을 알아봐 준 많은 분들과 점심도 굶어가며 자리를 함께한 500여 명의 작가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골방에서 가끔 불안해지면 사탕 까먹듯 그 눈길들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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