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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replay Sep 08. 2021

곰돌이는 어디에

알라스카 - 맛있는 북극 이야기

내 곰돌이.

늘 안고 자던 곰돌이가 안보였다. 내 곰돌이. 뜨거운 장판에 늘러 붙어 엉덩이 한쪽이 녹아 들러붙은 내 곰돌이, 때가 꼬질꼬질하게 타서 노란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니게 된 내 곰돌이. 꼬옥 껴안으면 스르륵 잠이 들던 내 곰돌이 말이다. 며칠 전 외할머니가 다녀가신 후부터 보이지 않았다.     


울며불며 찾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땡! 틀렸다. 그때 난 곰돌이를 대신할 인형을 찾지 않았다. 일전에도 썼지만 쌍둥이인 나는 늘 언니와 함께 잠들었다. 늘 언니와 팔다리가 엉킨 채 잠들었으니 애초에 인형은 필요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누워있는 언니 위로 떼구루루 굴러 언니의 자지러지는 소리를 흐뭇하게 들으며 이불속에 눕곤 했다. 불안할 때면 언니 손을 꼬옥 잡고 자면 잠이 잘 왔다.     

 

쌍둥이가 있는 집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한 번도 내 방을 가지지 못하고 자랐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방 세 개짜리 집에 와서도 하나는 공부방 다른 하나는 잠자는 방이지 내 방은 아니었다. 그렇게 내 방 한 번 가지지 못한 채 결혼을 했다. 신혼 초 '네가 왜 여기 있어?' 잠에서 깰 때마다 놀라는 나를 놀리기도, 섭섭해하기도 한 그와 같이 산지도 어느덧 5년째다.


같이한 시간만큼 이제 그의 온기에서 기대 눕는 시간이 늘어 간다. 불안이 고슴도치처럼 삐죽 대며 차오를때가 종종 있다. 어릴 때부터 늘 누군가의 체온을 기대 살아왔기에 그런 걸까? 그럴 때면 따뜻한 온도의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위로다. 유전적 특질인지 가는 팔다리에 비해 볼록한 배를 가진 그의 배에 오늘도 토토로의 메이가 된 것처럼 가만 귀를 대고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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