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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replay Sep 22. 2021

연봉 5,000 찍어보자

연봉 5,000 찍어보자. 프리랜서 독립 3년 그렇게 마음먹었던 그해 허리가 고장 났다.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없어 그림을 그리는 건 고사하고 밥을 먹는 10분도 편히 앉아 먹을 수 없었다. 하루 4시간 이상 누워있으면 비명을 지르는 허리 덕에 수면의 질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 시절 일은 고속도로같이 쭉 뻗은 길을 달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랬는데 나는 그만 허리디스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우울증을 앓고 나서야 알았다. 우울증을 앓던 친구가 내 말에 왜 그리 아파했는지를. 조언이랍시고 했던 그 말들은 작은 가시였지만 찔리는 우울증 걸린 친구는(나는) 죽을 것 같은 아픔이란 것을.     

그때 주요 일과는 병원에 가서 운동치료를 하고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었는데 그때 물리치료사의


“쯧, 왜 이렇게 뻣뻣해요. 춤을 췄으면 이지경은 안 됐지.” 깐죽거림에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나으면 꼭 춤추고 만다.’ 결심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 몸 망쳐가며 그렇게 미련하게 않아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했을까. 시술을 받고 위장병이 생겨도 독한 진통제를 끊을 수 없었다. 그때 우연히 스윙댄스 동영상을 보았다. 잊고 있던 ‘내가 나으면 춤추고 만다.’ 결심이 생각났다. 영상 속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 시절 숨 쉬는 것 빼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행복을 기다렸다. 그렇게 나이트클럽 한번 모르고 산 내가 춤을 췄다. 그곳에서 지금의 짝꿍도 만났으니 (지금까진) 성공적인 시도였다.     


프리랜서인 내 삶의 기다림은 거의 대부분 클라이언트의 의뢰 전화나 메일, 피드백과 수정 연락들 뿐이다. 기다리는 게 일과 관련된 것들뿐이라면 너무 재미없는 삶이지 않나.      

애타게 기다렸던  뭐가 있더라... 글을 쓰며 기다렸던 것들이 무엇이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20 중반엔 합격 통보를, 30 초반엔 실연  다시 찾아올 인연,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은 돌아오고 주문한 택배 상자는 도착한다.

알고는 있지만 새로이 기다리는 마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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