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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replay Oct 06. 2021

천원어치의 행복

알라스카 - 맛있는북극이야기

프리랜서 13년 차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밥을 오래 얻어먹다 보니 프로 집밥러가 되었다.

13년 전 회사 다니던 시절 5,000원이 점심 물가에 고정돼 있어 가끔 외식을 하려고 하면 비싼 음식 값에 놀라곤 한다. 화료는 13년째 그대로인데(실은 최근에 더 떨어졌다) 물가만 올랐다.

집 밥을 오래 먹은 내게 밖에 음식은 너무 짜고 너무 달 때가 많다. 입에 맞지 않으니 자연스레 밖에선 입이 짧은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집밥만 얻어먹던 내가 결혼을 했다. 당장 2인분의 식사를 위해 장을 봐야하는 상황 맞닥트렸다. 남들은  마트에서  달치도 척척 사다 놓던데 작은 손을 가진 나는 텅텅  냉장고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도무지   없었다. 신혼  ,  끼니는 먹겠지 했던 계산은 정확히  4~5배를 먹는 짝꿍의 식성에 번번이 무너졌다.( 시절 나는 내가 요리 천재인  알았다.)


내 가난한 냉장고를 누가 볼까 봐 두려웠다. 다행히 5분 거리 재래시장이 있는 지금 집에 이사 온 뒤 일주일치 장의 양을 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장 보러 간다. 뭐 필요한 거 있어?”

주말 요리 담당은 짝꿍이니 장은 주로 내가 본다.   

  

‘뭐 해 먹지?’ 고민하다 매번 고민이 쓸모없게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들로 장바구니가 채워진다. 냉동고는 여전히 절반 이상 비워져 있다. 일주일치 장밖에 보지 못하는 작은 손을 가진 내가 꾸린 장보기 재료는 소박하다. 재철 채소, 나물, 주말에 해 먹을 고기, 비상식량 과자와 라면. 아! 맥주도 빼먹으면 안 되지.      


그러거나 말거나 짝꿍은 먹고 싶은 것 없어?라는 물음에 늘 “붕어빵~!”을 외친다.

한바탕 동네 마트에서 배달을 시키고 돌아오는 길, 믿을 수 없게도 우리 동네는 아직도 붕어빵이 천 원에 5개다. 붕어빵 5개를 봉투에 담아가지고 오면 짝꿍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로 반겨준다.

나 말고 붕어빵을. ^^;     


단 돈 천 원 붕어빵에 해맑은 그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위해 산 따뜻한 붕어빵이 내 손에 들려 있는 한 행복이란 별거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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