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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replay Oct 13. 2021

그건 아니야

알라스카 - 맛있는북극이야기

“이제 집에 가야지.” 퇴근하던 담임선생님에게 늘 걱정 섞인 핀잔을 들었었다.  그 시절 나는 해가 저물어 어둑해질 때까지 운동장 한 구석에 앉아 무언가를 하며 정신없이 놀았다. 그렇게 밖에서 때 국물이 흐르게 놀던 아이는 매달 마감에 시달리며 골방 감옥 생활을 기꺼이 하는 집순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내 친구 E는 성격과 직업이 상반돼 괴롭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향적인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영업직의 고충을 술잔에 기대 한참을 쏟아 냈다. 그제야 내 성격과는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아무 불만이 없다는 것에 처음 의심이 들었다.


엄마는 “아니, 네 성격에 어떻게 하루 종일 집구석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니?” 신기해한다. 가족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활달하고 덤벙대며, 엉덩이 가볍게 밖으로 나다니는 아이였다. 나조차도 내가 외향적인 줄 알고 자랐다. 털털해 보이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소심하고, 지나치게 꼼꼼한 내 모습은 다른 사람이 못 알아봤으면 했다. 친구들을 좋아했지만 관계가 오래가지 못했다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사람 같아.’라며 절교선언을 받는 일이 잦았다.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걸까?’ 생각하다 골치가 아파서 관두고 내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밤늦도록 몰래 읽곤 했던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어쩌면 난 보이는 성격과 다른 내향적 인간이 아닐까? 의심이 인정으로 바뀐 순간 의구심이 풀렸다.

절교선언을 받는 나, 혼자만의 성을 쌓아 책을 쓰고 하루 종일 골방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는 나, 타인에게 관심이 별로 없는 나. 서른 초반이 돼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봤다니 부끄럽기까지 했다.         


붕어빵 모양만 보고 어항에 붕어빵을 넣어버리는 ‘퐁’의 멍청함에 웃을지 모르겠다. 겉모습만 보고 모른다. 가까운 가족조차도 실제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실은 나 자신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붕어빵이 어항에 살 수 있는 붕어가 아니듯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는 걸 우리는 종종 잊는다.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찬찬히 생각해볼 여유가 없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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