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바른 소리

by Honkoni

내 앞에서 입바른 소리 하는 후배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원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없는 소리 하며 위에 아부 떨기 마련인데, 강남에서 일할 때 같은 제약회사에서 니는 팀 막내는 상사든 누구든 간에 아부하는 법이 없었다.


부장이 새 옷을 쫙 빼입고 오면 걍 의레 인사치레로 라도

"너무 잘 어울리세요"

라고 말 하길 마련인데, (사실 잘 어울리진 않았다. 쫙 붙는 민소매 원피스와 갑툭배는 영 민폐였던 것이다) 이 친구는 없는 빈말을 하지 않는 그야말로 뚝심이 있는 녀석이었다.


좀 친해져서 나의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놓으면 보통은 나 듣기 좋게

"알아요, 언니. 그럴 수 있죠."

이렇게 받아쳤을 맞장구를.....


"음...그건 언니가 좀 병신같은거 같아요."

라고 말하는데 나도 내가 병신인 걸 아는데 누가 "너.쫌.병" 이라고 말해주니 거기서 오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이런 입바른 동생이 맘에 들어서 퇴사 이후에 훌쩍 아일랜드에 떠났을 때도, 그리고 제주로 떠났을 때도 계속 친하게 지내며 미주알 고주알 나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던 것이다.

이녀석은 또 내가 갈팡질팡 하는 진로에 대해서도

"아, 언니. 그런 생각할 시간에 그냥 글을 쓰겠어요. 꿈이 간절하지 않은거 아니에요? 저는 딱히 꿈이 없어서 꿈이 있는 사람들 자체가 부러운데 언니는 뭘 그렇게 자꾸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재요? 좀 답답 - "


사실 인생 선배가 해주는 조언은 꼰대스러울 때가 많은데 4살 어린 동생이 자꾸 이렇게 입바른 소리를 해대니 훨씬 뼈때리고 솔깃한 걸 어째;;


여하간에 내 지인들을 하나같이 나에게 다들 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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