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니

11월은 나의 페이보릿

by Honkoni

하하.


11월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月) 이다.

그렇게 굳혀지게 된 건 러브 액츄얼리 영화가 한국을 강타 했을,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정확히 그 영화의 무엇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크리스마스 4주 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는 어떤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아 그렇지...크리스 마스 전 설렘, 즉 진정한 연말의 설렘은 11월이 시작이지 라고 생각을 막연하게 해 오 던 굳혀진 것이다.


그래서 뭔가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것도 12월보단 11월이다.


나는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머리아픈 일들도 겪고, 사는 곳도 옮기고, 드라마 작법 아카데미를 등록하고, 여행도 좀 다녀오고,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뭔가를 할 때마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아 돈도 없는데 이런거 해도 되나, 여기 가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역시 실제보다 내 머릿속에서의 내 상황이 더 '곤궁'했을 뿐 돈의 문제는 아니었다.


작가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했다.

살고 싶다는 욕망이 되게 강한 것도 아니고 죽어도 여한이 없는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뭐 내일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종종하는 와중에도 (죽고 싶다는 아님) 왜 그럼 넌 자살하지 않고 살아있냐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 비루하고 지루한 일상에도 가끔씩 재밌는 일이 빵빵 터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굳이 죽지 않고 죽음을 자발적으로 "유예"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고.


선생님은 그냥 하는 소리였는데 나는 수업시간 내내 그 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의 일상 역시 죽고싶을 정도로 괴로운 일과 그때그때 나름 소소한 일이 반복이 되는데 의외로 그 소소한 일들이 가져다 주는 기쁨이 내가 이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 싶은 원동력이 되는거다.


지난주에 춘천까지 가서 먹은 닭갈비가 너무 맛있었고 그렇게 우연히 춘천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산책했던 청평사 라는 곳이 너무 예쁘고 날씨는 따뜻하고 포근하기 까지 했으며 그렇게 맞잡은 두 손에서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평온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지지난주에 먹었던 브런치 카페에서의 커피맛과 햇살을 통해 내가 나른한 행복감을 느꼈고 내가 하고 있는 "취업 컨설팅" 사이드 잡을 통해 그래도 나를 통해 의뢰인 들이 "선생님 덕분에 이직 성공했어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사이드 잡이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는 근사한 보람을 가져다 주었단 말이다.


나의 삶은 퍽 괜찮다.

괜찮은 쪽으로만 보면 한없이 괜찮다.

그리고 심리 상담 선생님께서 내 손을 꼭 잡으며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에요" 라는 말에 더없이 위안을 받은 지난 2주의 시간들...


욕심 비우고 머리 비우고 흐름에 맡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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