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어도 살 만한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찰서와 법원을 들락날락 거릴 만큼 죄짓고 산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둘 다 인연이 좀 있다.
인생이 피곤하고 꼬이는 시기,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던 시기에는 나는 참고인 자격으로, 증인 자격으로 법원과 경찰서를 두어번 갔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관련 되어 원고/피고의 자격으로 갔던 게 아니기에 걍 뭐 아- 피곤해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내가 소송을 걸 일이 생겨서 진심 극도로 피곤한 상황이 되기도 했다.
법원이라는 데가 웃긴게...
원고인 나는 억울해 죽겠는데, 피고가 사건 질질 끌거나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면서 몇달 이상을 끌어버리면 결국 원고가 스스로 피말라 죽거나 감정적으로 말라 죽게 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판사가 판결문을 쓰기 귀찮아서 인지 몰라도 중간에 조정판사를 따로 두어 사건이 또 그쪽으로 한번 넘어갔다 왔는데, 말 그대로 현직 법무법인 변호사를 국가가 돈을 주고 사서 굳이 조정 과정을 두는 곳 아닌가. (그 돈은 무엇이다? 다 국민 세금이다)
그럼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조율을 하고 금액에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거 아닌가. 웃긴건...난 돈 1천만원을 요구하고 (계약서에 적혀 있으니까) 피고는 못주겠다, 계약 무효로 하자 이러면서 1백만원을 주장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조정판사가 각자 1명씩 나가 있으라고 한뒤 금액만 묻는다. 왜 그 금액을 주장하는지 묻지도 않고 '얼마 요구하냐' 이 질문에 단답식 답변. 그리고 그대로 조정기일 종결...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럴거 뭐하러 불렀어요. 전화로 물어보죠. 그리고 이미 답변서와 소장에 서로 나와있는데, 굳이 사람을 불러서 얼마를 원하냐 그 말 물어보려고 판사 됐나 싶은거다.
결국 조정이 결렬되어 다시 본안으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어느새 시간은 또 흘렀다. 그리고 또 상대방은 기일 연기하고, 또 판사가 그걸 허락하고, 그리고 막상 변론기일 날 내 사건 앞뒤로 10분 간격으로 몰려있는 사건들을 보면서 이게 법정인지, 은행표 받아 줄 서는 곳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리보나 저리보나 천만원이 합당한데 상대가 백만원이라고 우겨서 그걸 반 뚝 떼서 5백 만원 어떠신가요 라고 물을 거면 왜 판사하십니까. 중간금액에서 합의 시키는 건 초딩도 하겄네요. 법은 왜 지키고, 계약서는 뭐하러 씁니까. '갑'이 안주고 배째라 하는 갑질 문화 만든거, 나랏법이 이모양니까 생겨난게 아닐까.
결국 나처럼 멘탈 강한 사람도, 소송 괜히 했다, 걍 백 준다고 할 때 그 알량한 돈 백 받고, 쌍욕이나 해주고 끝냈으면 속이라도 시원한 했을걸.... 이제 돈이고 뭐고 다 싫다의 지경이 됐다.
안준다고 버티다가 몇년 뒤에나 돈 주고, 가압류씩 당해야 돈 주고, 그나마 원금의 훨씬 못미치는 금액으로 소송에서 승소한 자가 결국 패자의 기분이 되게끔 하는 이 나라의 더러운 법이 너무 싫은 하루다.
뭐하러 굳이 서울대 법대 나와서 사법시험 붙고, 연수원 성적 제일 좋은 사람들이 판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조종과 판결을 그따위로 할거면....걍 평균 정도의 두뇌수준을 갖고 박막례 할머니처럼 인생 경험 많은 사람들이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