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할 때 많이 느꼈던 감정이다. 내가 보는 지금의 이 경치가, 이 음식이, 이 햇살과 이 낯선 언어가 마지막 이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모든 자극이... 슬프게 아름다울 때가 있다. 말 그대로 처연하다 라는 단어에 온몸을 두드려 맞는 순간이다.
21살 처음 유럽여행을 갔을 때 나는 당연히 "나중에" "반드시" 또 이곳에 오리라 다짐했다. 그 확고한 소망은 취업후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회사원이 된 이후에야 직장인이 1주에서 2주간 장기 휴가를 내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한 약 15년 전에는 제 아무리 분위기가 자유로운 외국계라고 해도 한번에 사나흘 이상의 휴가를 내기엔 불가능 했다. 따라서 미주, 유럽 등의 장거리가 불가피한 여행은 사실 퇴사후에나 가능했다.
이직할 곳을 미리 정해두고, 퇴사 후에 새로운 직장에 다니기 1-2주의 짬을 이용해서 미국이나 유럽 여행을 가곤 했다. 달콤하고 꿀맛 같은 휴가였지만 그때부터 서서히 알아갔던 것 같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아마 이곳은 내가 죽기전까지 두 번 오기는 힘들겠지....라고 생각이 들때면 굳이 대단한 관광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매 순간이 정말 소중했다.
면세점에서 시간을 죽치고 있을때 샤를 드골 공항 사이로 들어오던 햇살, 동전을 소진하기 위해 들렀던 홋카이도의 편의점에서 아무 과자나 사던 그 때, 포르투 선착장에서의 야경, 더블린 이케아에서 시내로 돌아오는 버스를 놓쳐서 무서운 밤 한참을 서 있었던 그 모든 순간을 나는 정말 의미 있게 보냈던 것 같다.
해외 여행이 요원한 요즘, 가까운 인천이나 지방의 들판을 갑자기 찾을 때가 있다. 사람 없는 카페에 들어가서 "여기 좋다~ 다음에 또와야지" 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안다.
사실 두 번 오기 힘들다는 걸. 풍경이 아름다은 곳, 커피가 맛있는 곳은 사실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자꾸 새로운 데를 찾게 되는 거다.
한국도 이럴 진데, 해외여행지야 더 말할 것도 없지... ...
마지막 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막 무언가를 더 하려고 부산스러워 지는게 아니라 마음이 자꾸 오롯이 현재에 집중이 된다. 없어지는 찰나의 순간이 너무 소중하니까.
미래의 나는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2019년, 2020년, 2021년의 오늘의 나를 무척 그리워 할 수도 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잃었지만 이렇게 편히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가고 싶을때 훌쩍 떠날 수도 있는 이 불안한 삶을 "그때 참 자유롭고 좋았어" 라고 그리워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