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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koni May 24. 2021

10. 테니스 부상

테니스를 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오른쪽 손목에 부담이 늘어났다. 소위 말하는 테니스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겪게 된다는 테니스 엘보가 아니었다. 손목이 문제였다. 레슨중에 포핸드 발리를 연습하면서 공이 몇 번씩이나 라켓에 잘못 맞으면서 임팩트 순간에 손목까지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게다가 익숙치 않은 컨티넨탈 그립을 세워 잡고 손목 통증을 계속 참고 수업을 받았었는데 그 이후로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오른쪽 손목에 조금씩 불편함을 느꼈다. 기분 나쁜 뻐근함에 손목 보호대를 이것저것 구입 해 가면서도 테니스 레슨을 멈추지는 않았었다. 

임시방편으로 테니스 레슨이나 게임이 있을 때마다 동전파스와 마사지 크림을 하루 종일 달고 살았다. 그리고 또 며칠 쉬어주면 통증은 괜찮아 지는 듯 하다가 다시 라켓을 잡으면 통증이 살아났다. 

몇 주 정도 그저 근육통이려니 영광의 상처려니 생각했다. 손에 큰 이상을 느낀 건,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그날 오전에는 어르신들이 많은 테니스 클럽에 게스트로 참여했다. 5060의 모임에 테니스 초짜가 기웃 거리는 모양이 기특해 보인건지 공이 가득 담긴 볼박스를 두 개나 가져 오셨다. 


- 이리 나와봐요. 핸드볼 넘겨줄테니까 공 한번 쳐봅시다. 


테니스 아카데미의 코치님이든, 20년 이상 테니스를 가까이한 테니스 동호인이든 내 위치에서는 하늘같은 테니스 선배다. 게다가 뭐 굳이 게스트인 나에게 시간을 할애해서 볼박스 공을 쳐 주신다는데 나야 감사하게 배울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핸드볼을 좀 치다가 자세가 교정 된 다음에는 내가 반대쪽 네트로 건너가서 랠리 연습을 계속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10분? 15분? 쉬지도 않고 날라오는 볼을 쳐댔다. 손목이 아파왔다. 


- 저, 이제 좀 그만할게요. 손목이 계속 아파서요. 


내 외침이 엄살로 보였던 건지 클럽 회장님께서는 엄살 부리지 말라며 계속 공을 넘겨주었다. 


- 아니, 젊은 사람이 공 한 박스 쳤다고 손목 아프다고 하면 어떡해. 엄살 부리지 말고 계속 해요. 


나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 말고 통증을 참고 묵묵히 볼 박스를 하나 더 비워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손목 통증이 보통과는 달랐다. 세수를 하는데 오른쪽 손바닥이 턱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손바닥이 완전하게 젖혀지지 않았다. 여느때와 다른 통증에 파스와 마사지 크림을 계속 바른 뒤 일요일을 보냈다. 

이튿날,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렇게 한 주 내내 한의원을 찾았다. 첫 날만큼의 통증은 아니었지만 손목이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은 기분에 불과했다. 오른손으로 핸드폰 하나 들어올리는 데에도 불편함을 느끼다가 결국 나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담당 의사는 인대에 염증이 생겨서 체외충격파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초음파 사진을 찍고 체외충격파에 수기치료까지 생각지도 않은 진료비를 청구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일주일에 한번씩 앞으로도 최대 5번 정도의 충격파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다가 영구적으로 오른쪽 손목을 못쓸까봐 노심초사 했는데 걱정은 덜었다. 대신 두 달 레슨비를 능가하는 진료비의 걱정을 얻었다. 

힐링 요가 수업을 들으러 요가원을 찾았다. 아주 가볍에 근육을 늘리는 동작들이 주로 이어졌는데 결국 나는 손목을 쓰는 어떤 동작도 할 수 없었다. 당분간 요가와 테니스 모두 중단해야 했는데 치료 기간을 생각해보니 한 달 반 정도는 예상해야 했다. 

무리해서 포핸드 스트로크를 연습 했으면 안됐었는데 하는 후회와 자괴감이 밀려왔다. 장마가 끝나고 이제 막 야외에서 볼 치기 딱 좋은 날씨에 스스로 만든 장애물에 걸려든 느낌이었다. 

남들은 저만치 달려 나갈 텐데... 모처럼 의지를 갖고 한 스텝 전진 했다고 생각했더니 또 다시 멈춰서버렸다. 

바로 그 무렵이었다. 야외 스포츠라 꼭 피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테니스장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행동 지침에 따라 속속 폐쇄가 되었다. 나만 못치는 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테니스 동호인이 하나같이 다 테니스를 칠 수 없으니 덜 억울하다고나 할까, 뭐 이런 아주 유치한 이기심이 발동했다. 

그렇게 전국이 경제활동을 멈춘 그때, 나는 열심히 손목을 치료받기 위하여 병원을 드나들었다. 완쾌의 속도를 내고자 가정용 고주파 치료기도 하나 구입했다. 

매일 손목은 시나브로 좋아졌다. 그리고 다시 사설 테니스장에서 테니스 레슨을 받을 때쯤 나는 정형외과의 물리치료사의 조언대로 아주 작은 아령을 하나 사서 횟수를 정해놓고 손목운동을 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이제 막 재미를 느낀 테니스를 오래도록 잘 하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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