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축구, 농구 같은 스포츠 경기들은 정규방송이나 케이블을 통해 선택적인 시청이 가능하지만 테니스 경기는 그동안 TV에서 많이 접하지 못했었다. 중계방송을 잘 하지도 않을뿐더러 나 역시 경기 일정을 찾아 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몰랐을 뿐, 스포츠 채널에서 메이저 경기들은 종종 중계방송 되고 있었다는 것을.
테니스 관련 유튜브 채널을 본 이후로 나달과 조코비치의 경기가 알고리즘으로 떴다. 그게 계기가 되었다. 나는 왜 열심히 배우면서도 프로선수들의 경기를 찾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오오- 이거슨 신세계 그 자체였다. 현란한 기술과 파워와 묘기, 승리의 환호와 땀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달의 독특한 테니스 루틴 (경기 중 물병의 위치나, 테니스 서브를 넣기 전에 하는 독특한 동작들)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고, 거칠게 심판에 항의하는 세레나 선수의 영상에는 혹시 싸움이라도 날까봐 심장이 쫄깃했다.
안 보는 것 보단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전권을 중고로 구매한 다케시 코노미의 [테니스의 왕자]라는 만화책은 구입한 지 이틀만에 완독을 했을 만큼 재밌었다. 일본 중학교 테니스부의 고군분투 테니스 대회 이야기를 기본 스토리 라인으로 담고 있는데 만화적인 상상력이 더해져 가독성이 좋았다. 테니스 얘기로 시작해서 드래곤볼로 끝나는 것처럼 허무맹랑 하긴 하지만 그게 또 만화의 맛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테니스 라는 소재가 연애의 소재가 되는 영화 윔블던 (2004년 作) 이나 테니스 성대결을 통해 성평등에 대한 얘기를 다룬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 (2017년 作)을 찾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 치고 싶다는 욕심과 열망을 이끌어냈다. 내가 원하는 건 별개 아니다. 밤낮으로 테니스장을 찾고 매일 같이 레슨을 받으며 국화부 대회의 우승을 목표로 질주 하는 게 결코 아니다. 그저 아주 조금씩 꾸준히 테니스 실력이 늘어서 구력에 맞는 테니스 실력을 갖투는 것, 구력에 맞는 사람들과 재밌는 게임을 할 것, 그래서 10년 뒤, 20년 뒤, 내가 할머니가 되어 있을때도 테니스 라켓을 휘두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심히 신나게 빠져서 하다가, 테니스 엘보도 오고 잘못된 자세로 스윙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더 이상 테니스를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기 싫다.
평생 내 옆에서 가끔씩 놀아주는 친구 같은 스포츠로, 취미로 그렇게 남아줬음 좋겠다. 몇몇은 이렇게도 말한다.
- 테니스에 한번이라도 확 미쳐보지 그래. 원래 한 번 미칠때는 주 4회 5회 레슨은 기본이고, 뭐 게임레슨까지 추가로 받는 사람도 있고... 테니스 코트 돌아다니면서 계속 게임치고, 그렇게 해야 자꾸 욕심도 생기고 대회에 나간다구요.
나는 원래 만사를 제치고 무언가에 푹 빠지는 기질도 없고, 관심의 최대가 여기까지다. 테친자(테니스의 미친자)가 보기에는 의욕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요새 정말이지 테니스에 푹 빠져있다. 동영상을 찾아보고,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굳이 골라서 찾아보는 열정, 테니스 관련 만화와 영화까지... 나는 느리게 갈 것이다. 멈추지 않고 느리지만 꾸준할 것, 그것이 나의 목표이자 내가 가야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