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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koni Jun 09. 2021

14. 예의 스포츠, 테니스

스트로크와 발리 레슨, 서브와 스매시까지 레슨이 거듭되자 나 역시 주말 중 하루는 시간을 빼서 테니스 동호회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구력 1년차의 모임부터 3년차 까지... 아직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컨디션이 좋아서 백핸드 스트로크가 베이스 라인까지 빵빵 잘 나가는 날에는 여복이나 혼복 승률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아직 네트 앞에 바짝 붙어서 발리 포지션에 서 있는 건 불가능 했다. 바운드 없이 강하게 날아오는 볼을 받아낼 용기도 없었고 섣불리 내가 처리할 수 없는 볼을 건드렸다가 아웃되기도 싫었다. 

테린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테니스 게임은 현란한 기술과 멋진 위닝 샷이 아니라 그저 무사히 네트를 넘기고, 라인 안쪽으로 넣는 것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영 감을 잡을 수가 없는 발리를 섣불리 시도할 수가 없어서 나는 베이스 라인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비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내가 아무리 볼에 집중을 해도 홈런볼을 날리거나 네트에 걸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 아 정말 죄송합니다. 


실점한 자는 그저 미안할 뿐이고, 자꾸 마음이 쪼그라든다. 파트너에게 미안해서. 이런 나의 송구스러운 마음을 알아주면 좋으련만 파트너의 표정이 어둡다. 


- 네트에 좀 붙으세요. 거기 말고 한 발자국 앞으로. 네, 거기요. 

- 아, 근데 제가 발리는 잘 못해서요. 

- 그냥 거기 서서 공 날아오면 라켓으로 막으시면 되요. 


휴. 날아오는 공을 라켓으로 멋있게 막을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 형편없는 실력으로 테린이 동호인 게임에서 볼을 치고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나를 자꾸 미안하게만 만드는 파트너에게 슬슬 화가 났다. 


앞에서 테니스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성격을 알 수 했었다. 아마 이 사람은 승부욕이 강하고, 타인을 지배하거나 통제하려는 성향이 클 것이다. 그러나 테니스는 무엇보다 예의와 매너를 중요시 하는 스포츠이다. 이기는 것 못지않게 같은 팀과의 화합과 상대방 팀에 대한 예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스포츠. 따라서 이렇게 동호인들과의 단순 시합에서 조차 상대에게 지적하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은 사실 두 번 다시 게임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일 수 밖에 없다. 복식 테니스 게임을 할 때, 좀 더 잘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못하는 같은 팀원에게 이런 저런 포지션을 요구하거나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제 딴에는 그게 선의 였다고는 하나, 듣는 사람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경우도 있고, 주눅을 들게 하기 때문에 절대 금지해야할 행동이다. 


누구나 올챙이 였던 시절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또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주로 실력이 엇비슷한 사람들이 상대 탓을 하지 진정한 고수는 하수의 실수에 오히려 관대했다. 빤히 내가 쳤어야 하는 공을 느린 판단과 잘못된 스텝으로, 포인트를 잃었을 때도 오히려 파트너를 격려한다. 

괜찮다고. 눈치보지 말고 라켓을 휘두르라고. 잘하고 있다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은 남보다 못한 승부욕과 집중력을 최고치로 이끌어낸다. 


테니스 서브를 넣기 전에 상대방에서 인사를 하고, 서브를 받는 상대방도 같이 인사로 화답하는게 기본 룰은 매너 스포츠, 상대팀이 멋진 기술로 포인트를 잃을 경우에도 상대팀을 향해 박수 쳐주고 ‘나이스 발리! 나이스 플레이! 나이스 서브, 나이스 리턴’ 등등 상대를 향해서도 박수를 쳐주는 이 멋진 스포츠를 나는 오래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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