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떠돌이로 잦은 이사를 다니면서 생긴 버릇이 바로 1.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는 것 2. 샀으면 물건의 수명이 다했을 때 버른다는 것....크게 이 두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전세도 아니고 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곤궁한 살림살이가 원인이었다. 이사를 처음 한 두번 했을 때만 하더라도 나도 쇼핑좋아하는 어느 여자들과 같았다.
어떻게 사람이 살면서 꼭 필요한 것만 살 수가 있겠는가. 소위 월급이라는 걸 받게 되자 눈이 돌아갔다. 뭐 대단히 비싼게 아니어도 품목들은 늘어만 갔다.
1. 왠지 갖고 싶었던 독특한 디자인의 옷
2. 특별한 날에 쓰면 좋을것 같았던 그릇들
3. 여러가짓 굿즈
4. 언젠가 읽은것 같은 책들
5. 그밖의 운동용품들...
6. IT 기기들
1년에 한번씩, 2년에 한번씩은 서대문구에서 용산구로, 관악구로, 구로구로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이사를 반복해 오자, 가구는 낡고 흠집이 생겼으며 그 좋아하는 책들도 거추장 스러워졌다.
그러자 잘 버리고, 잘 안사는 습관이 생겼고, 잘 안사다 보니 이왕 꼭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차라리 꼭 마음에 드는, 그러나 값이 꽤 나가는 물건을 구입하는 쪽으로 바꼈다.
아쉬운 마음 늘 있다... 나도 이사 안 갈 괜찮은 집에 살고 있으면 맥시멀리스트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좀 예쁘게 꾸며놓고 살았겠다, 외국 여행 갈때마다 좀 신기한 물건들 사와서 촤르르 늘어놓고 싶다는 마음이 왜 없겠어.
근데 좋은 것도 물론 있다. 물건을 버릴 때, 후회 없이 가뿐하고 뿌듯하고 기쁘기 까지 하는 마음이 든달까.
책은 당근마켓에 무료나눔 하거나 헌책방에 팔아버리고, 옷은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즉, 하도 입어서 해질 때까지) 입다가 버리니... 버릴 때의 마음이 아쉬움 하나 없이 쌈빡하다.
더불어 원뿔원, 지금 당장은 필요 없지만 싸니까, 공짜로 주는 테이프에 덕지덕지 붙여지는 상품은 사양한다.
잦은 이사가 만들어낸 나의 습관이라지만... 사람이 평생 만들어내는 쓰레기 양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물론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소비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고, 심지어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시장에 돈이 잘 돌아야 한다는 얘기가, 돈이 잘 돈다는 얘기는 그만큼 상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얘기지만... 소비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보고 있자면 한숨이 나오는 거다.
사은품으로 주는 에코백, 전단지와 함께 받는 1회용 물수건, 책을 사면 받는 책 띠 (물건을 받자마자 버려지는 쓰레기), 그밖의 비닐포장들, 플라스틱들, 마스크와 더불어 대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건지....
아이러니한 문제다. 나라가 존재하려면 애를 많이 낳고 끊임없는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대한민국... 100년 뒤 사라질 수 있다 경고하지만... 지구를 위해선 인구가 줄여지는거 맞는거 같고.... 대한민국의 100년 뒤를 생각할 여력이 우리에게 있을까.
잦은 이사 때문에 느낀 쓰레기기 문제.... 코로나와 배달 음식 성행으로 나는 오늘도 내가 뿜어댔던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대체 어디에 파묻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