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 살기 1년
태어나 살면서 고단하지 않은 삶은 없다. 그래도 인간으로 살기위해 나는 질문을 던지는 시와 산문을 쓴다.
*백수로 살기
백수로 산지 3개월이 지나간다. 하루 하루는 나만의 인생이다. 퇴직하고 나니 집에서 있는게 우울하다고 지인은 말했다. 특히 외롭다고했다. 나보고 우울하지 않고 잘 지낸다고 적응을 잘한다고 말했다. 저녁을 먹으며 생각했다. 시간과 행복은 지체하지 않고 흐른다. 나는 지금 충분하게 행복하다. 백수 3개월이 달콤하게 바빴다. 삶은 의지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백수가 더 바쁘다고 선배가 점심 먹으면서 말했듯 정말 하루하루 일정표가 꽉 들어찬다.
*에세이 쓰기
일 쉬면 난 햘 일이 있었다. 그동안 미루던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시보다 더 먼저 수필로 등단 하고도 시집 5권과 동화 네권 내는 동안 산문집은 내지 못했다.올 한 해는 산문을 쓰고 있다.
인스타도 페북도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페북은 피곤하고 시간 빼앗기는 것 같아 멀리했는데 내 시에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여 가끔 올리고 있다. 이렇게라도 소통하려한 건 내 시집들이 절판 된 것을 알고 나서다.
*근육지키기
백수가 되고 또 한가지 다짐은 운동 하는 거였다. 탁구도 생각했지만 그보다 근육을 지키는 운동을 선택했다. 일주일 두번, 화요일과 목요일 한 시간씩 보건소에서 해주는 운동을 3개월 했다. 나이들수록 유산소만 해서는 안 되고 근육을 키우거나 지켜야하는 것을 알았지만 낮에 운동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보건소를 찾았다. 마침 운동프로그램이 있었다. 백수가 되니 이런 지역의 혜택을 받는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약속도 그 요일에는 만들지 않았다. 딸과 여행 갈 때 딱 한번 외에는 빠진 적이 없다. 뭐든 하면 성실하게 하는 편이다. 강사가 내게 젤 열심히 한다고 칭찬도 해준 적 있다. 몸은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 몸은 정직하다. 다리와 팔이 달라졌다.
*마을 친구 사귀기
새로운 인연들이 나에게 오고 있다. 물처럼 흘러간 인연과 새로 흘러오는 인연이 있다.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오고 있다. 보건소 운동하면서 이 마을에 친구가 생겼다. 교사 휴직중인 윤과는 밥도 여러번 주거니 받거니 먹었다.영혼의 허기를 교회에 나가면서 채운 친구다. 나에게 교회성경공부를 권했다. 시를 쓰고 글을 쓰는 게 나에게는 종교라고 했다. 책을 읽고 글 쓰면서 나는 영혼의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서로의 집도 오가고 내 시집도 주었다.
보건소 근육운동 외에도 뒤늦게 체육공원에서 저녁 7시부터 하는 야외 에어로빅을 알게 되었다. 월수금 2주째 참석했다. 재미있다. 나는 시를 쓰지 않았다면 춤을 추었을 것이다. 예전 뒷풀이 노래방에서 날보고 한 여자 문우가 춤추듯 시를 쓰면 시를 잘 쓸 거라 했다. 대학1학년 치어리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중학교 소풍을 가서도 음악을 틀고 춤을 추었다. 춤이든 시든 그순간 몰입하는 게 좋았다. 같이하는 동안 동네친구 서너명을 사귀게 되었다. 이동네 와서 처음이다. 앞집 아랫집 외에는 알지 못했는데 이젠 산책길에 만나도 반갑다. 힌 친구가 일 쉬면 불안하지 않냐고 묻는다. 난 아직은 불안하지 않다.내가 나에게 주는 휴식이랄까. 지금은 안식년같은 거라고 여긴다. 이렇게 주어진 자유를 사랑한다. 만끽한다. 자유는 자신의 의지대로 디자인 될 수 있다. 더구나 나는 고독을 사랑한다. 글쓰고 도서관 다니는 나를 보고 동네친구는 내가 싱글이거나 미혼일 거라고 여겼단다. 그녀는 우리집에 와서 가족 사진과 결혼한 아들 내외 사진을 보고 나서 나보고 참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많다고 했다. 고독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유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
*멍 때리기
한때는 불멍이나 숲멍, 바다멍, 꽃멍처럼 멍하니 바라보는 것들이 주목을 받았다. 현대인은 모두 바쁘다. 그래서 더 멍때리기를 갈망한다. 내게도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베란다 화분 속 식물들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도 10분 해본다. 네플릭스를 켜고 두시간 영화도 본다. 요가 매트를 펴고 20분 굳어가는 몸을 접고 늘려도 본다. 딸은 카페가서 커피도 마시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바라보고 차도 끌고 야외도 나가 들판을 바라보며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라고 회사서 가끔 카톡한다.
*쪽파김치, 깍두기
오늘은 깍두기를 담그어보고 딸의 도시락 반찬 서너 가지를 만드는 아침을 가진다.
끽두기, 파김치, 오이소박이도 담그어보니 맛있다고 칭찬한 딸 덕이다. 칭찬은 당신을 살린다. 최고의 능력은 인정과 격려가 아닐까. 난 아들과 딸에게도 격려, 인정하는 아침 메시지를 전달한다.
딸이 칭찬한 이후 어느 정도 김치 담그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듯 내가 해준 반찬이 젤 맛있다는 딸을 생각하며 장을 본다.
*산책
마을 뒷산도 부지런히 다닌다. 일을 할 때는 주말이나 올 수 있던 곳이다. 그런데 일을 하지 않고 아침 딸을 출근 시킨 후 난 아침 8시에 뒷산 둘레길을 오른다.백수가 주는 최고의 행복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온전히 그 자신일 수 있지 않던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산책의 매력에 3개월 넘게 아침 산책이 이어진다. 우선 푸른 녹음이 나를 감동시킨다. 아, 좋다. 아! 좋다. 나도 모르게 녹음에 압도 당하는 소리가 터져나온다.바다 보다 산이 더 좋아진다. 천천히 한바퀴 돌고 좀 빠르게 한바퀴 돈다. 그러면 이젠 나에게로 집중하게 된다. 오늘 할 일을 생각도 하고 자기 자신으로 행복한 것을 오감으로 느낀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감사함으로 채워진다. 나대로 사는 법을 터득하면서 타인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아졌다. 문우인 한명희 친구는 "오늘도 명옥이는 열씨미 사는 구나 이제 좀 슬슬 살아. 오래 오래 살 생각을 하자."라고 나의 걸음을 멈추는 말도 해준다.그런데 난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 40년 일했다. 고등학교 마치고 부모품 떠나 19세부터 자립한 후 만60세까지 일했다. 놓치고 산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 놓치고 산 것들을 하나씩 해보려고 하니 백수라도 바쁘다.
*화양연화
돌아보면 20대,30대,40대,50대 나에게 화양연화의 시간이 있었다.모두 소중한 인연들이 그 속에 함께 있었다. 하지만 막 한발 들어선 60대, 지금이 나에겐 달콤한 시간이다.허락되는 대로 여행도 다니고 경험에 투자하고 싶다.나이들어가는 것이 나에겐 축복 같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백수의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