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내 방은 항상 더러워질까?

방청소를 해도 해도 또 해도 결국 다시 해야 하는 이유

by 소원

방청소라는것은 참 신기합니다.


이론상으로 보았을때 한번 대청소를 하고, 사용한 물건만 제자리에 두면 다시는 방청소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어느새 보면 방이 엉망진창이 되어있습니다. 다짐과는 다르게 사용한 물건이 아니라 방이 청소를 하기 전 상태로 영원회귀를 하게 됩니다.


그 이유를 함께 고찰해봅시다.


1. 쓰레기는 집단성을 갖는다.

첫째로, 쓰레기는 집단성을 갖습니다. 쓰레기는 보통 '사건'이 발생할 때, '여러개'가 함께 생깁니다.

예를 들어 라면을 끓이는 '사건'이 발생할 때 우리는 스프 봉지, 라면 봉지 등의 쓰레기들를 얻을 수 있고, 그릇, 냄비, 젓가락 등의 설거지 거리도 함께 얻게 됩니다. 치킨을 시켜먹을 때도 치킨 상자, 콜라병, 물티슈, 비닐봉지 등의 쓰레기가 등장하죠.


즉 우리는 쓰레기가 아닌 쓰레기 집단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죠. 하나의 일상적 행위는 여러 개의 부산물과 여러 개의 쓰레기를 처리해야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2. 새로운 물건이 생긴다.

또한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새로운 물건이 생기곤 합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새로운 물건들의 위치할 자리를 쉽게 찾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물건을 구매할 때 등장하는 쓰레기 집단들은 차치하고도요.)


보통 방이 더러운 사람들은 (...) 기존의 물건들이 자리를 꽉꽉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물건들은 방황하게 됩니다. 귀찮음이 더해질 경우 박스에 꽁꽁 싸매진 채로 방치되기도 합니다. 그런 물건들은 '아무 곳'에나 위치하게 되며, 그 일시적 위치는 쉽게 움직이지 않고 정돈된 방에 균열을 불러일으킵니다.



3. 매일 해줘야할 행동들이 있다. - 필연적 쓰레기들

위처럼 '사건'에 의해 생기는 쓰레기들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생기는 쓰레기들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방에도 먼지는 쌓이기 마련입니다. 또한 우리는 살아가면서 반복적으로 해야하는 행동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생활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행동인 몸 세척(즉, 샤워)는 일정한 주기로 항상 해야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행동들은 필수적임에도 방을 더럽게 합니다. 샤워를 하게 되면 머리카락은 방에 떨어지고, 화장실에는 곰팡이가 생기며, 젖은 수건과 벗어둔 옷을 어딘가에 위치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쓰레기다'라고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일상 생활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치워야한다는 점에서 쓰레기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4. 쓰레기는 쓰레기를 부른다.

사건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자리를 찾지 못한 새로운 물건, 일상적 행동으로 쌓여진 부산물.... 그것들은 친구들을 불러모읍니다. 쓰레기는 쓰레기를 부르게 된다는 것이죠. '깨진 유리창 효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에서는 무의식적으로라도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약간의 신경을 기울이지만, 이미 어수선한 공간에서는 '이미 지저분한데 조금 미룬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이 들기 십상입니다. 책상 위에 책 한 권이 놓여져있으면, 그 위에 다른 책을 쌓아두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더 나아가서 '나중에 한 번에 치우지...'라는 생각까지 가게 되죠.

이런 생각은 분명 좋지 않은데, 앞서 말했듯이 쓰레기는 쓰레기를 부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록 거대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대해진 쓰레기들은 '한 번에 치우기'를 굉장히 어렵게 만듭니다. 그럼 '한 번에 치우기'를 미루게 되고, '청소'에 대한 힘든 감정이 쌓이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될 확률이 높아지죠. 더 나아가서는 심리적인 무기력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방청소의 영원회귀는 일상생활이 가진 구조적 특성일 것입니다.


어제 오랜만에 방을 깨끗하게 치웠습니다. 깨끗해진 방을 볼 때면 언제나 정말 좋다,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늘도 다짐합니다. '쓰레기가 생기면 바로바로 치워야지.'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이별에 너무 슬퍼서 죽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