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뢰렉신
뢰렉신, 지구에서 사랑을 得 하다
안녕하세요.
지구로부터 약 50억 광년 떨어진 아스나단 행성에서 지구력(歷)으로 약 100여 년 전 파견되어 지금껏 지구인들을 연구, 관찰 해온 '뢰렉신 다니스 뤽'입니다.
지구인들에 대한 100여 년에 걸친 나의 연구 및 조사에 대한 보고서가 이제 막 마무리를 지어갑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가지고, 나의 행성인 아스나단에 가서 발표할 계획이고, 그로 인해 내가 위대한 학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약 2천 갤러넨 분량의 작성된 보고서에는 그동안 조사한 지구인들의 의식주, 문화, 역사, 사회, 정치와 같은 따분한 것들부터 정신적 물질적 가치관, 감정의 비밀, 육체적 신비, 이성적, 감성적, 지성적 사고력, 등의 흥미로운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들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조사가 끝났기에 지구를 떠나가려 하는데, 단 한 가지에 대한 연구를 더 보강해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구인들의 '사랑'이라는 감정.
지구인들의 '사랑'이란 감정은 그들의 종족번식을 위한 'sex'활동의 전초적인 발동을 유도하는 정신적 교감의 역할을 해주는 단순한 신호 정도라 보고서에 적었는데, 보고서를 마칠 무렵 알게 된 지구인 K210738호를 통해 지구인들의 '사랑'은 내가 연구한 그보다 훨씬 거대하고, 심오한 에너지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얼마 안 남은 지구 생활을 통해 그들의 '사랑'이란 감정적 신호에 대해 다시 연구, 조사하여 나의 보고서를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지구에 좀 더 머물러야 겠군요.
지구인의 '인연'이란 건 묘하다.
전혀 가능성 없었던 인연이
순식간에 다가와버려서
그로 인해 '행복하다'라고
느끼기도 하고 말이다.
그냥 존재를 알아차린 거,
그게 뭐라고.. 그 정도가 뭐라고,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구인 K210738호.
그녀는 나와 가까워진 어느날,
아침 햇살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왜 이제야 만났을까요?"
혼자만 움켜쥐고 있던 감정을
수줍게 간신히 꺼내놓고는,
행복하다고,
알게 된 것 만으로 행복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그렇게 내 목을 감싸고
말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지구인 K210738호는 착하다.
그리고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사랑'스럽다.
1956년 7월.
뢰렉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