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모든 감각과 세포가 한 사람에 집중한다.
연애의 즐거움이란
안 보이는 상대의 마음을 공상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에 있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때까지는
상대의 말, 행동, 주변 상황들 모든 것들을 싸잡아
온 우주 모든 경우의 수로 다 따져볼 수 있는
초일류의 수학자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도출된 경우의 수를
모두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걸 꺼야
하는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가 막히게
스토리를 써갈 수 있는 막장 드라마 작가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 사람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내 인생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어버려
기분 좋다가 우울하다가를 반복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조울증 쩌는 사슴이 되기도 한다.
으하하
결국 이런 상태 이상의 사람이 되어버리는
경험은 아무 때나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수없이 많은 지구 인간들의 연결고리들 중에
치밀하게 기가 막힌 타이밍과 범우주적 확률로
나와 그 사람의 삶 사이에 덜컥 떨어져 내린 감정이다.
어쨌든
연애 감정이 생길 땐 먼가 흐릿하고 몽롱한 공기들이 존재한다.
아릿가리한 분위기와 흐물흐물 해지는 내 감성.
뭔가 초월적인 감각 촉진제를 맞은 듯
내 안의 모든 감각들이 그 사람을 향한 해바라기 자세를 취한다.
세상 모든 것, 우주 모든 것이
단 한 명의 사람에게 집중되어 버린다.
그렇게 모든 걸 집어삼켜버린다.
그 사람을 향한 모든 연구와 실험과 연습이
마무리가 될 때가 온다.
떨리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있고,
이쯤에서 진행하고 결과를 볼 때가 왔다고 판단한다.
자 이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3..2..1...zero...
내 마음이 드디어 출발했다.
너에게 닿기 1cm 전.
마음을 졸이며 착륙을 시도한다.
나의 모든 감각,
내 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그 장면을 바짝 곤두선채로
지켜본다.
아...
이보다 긴장감 넘치는
생중계 방송도 없을 것이다!
덜덜덜...
"저기...제가 당신을 ..조..좋아해도 되...될까요?"
"젊을 땐 사랑의 기회가 얼마든지 올 것 같지만,
그런 기회는 많지 않지... 올 때 꽉 잡아야 돼"
- 영화 비포선셋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