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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뢰렉신 Feb 27. 2016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곳은,

성인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어둡고 회칠이 벗겨진 복도를 지나

경사가 너무 심해 기어서 올라가야 할 것 같은,  


그리고 삐그덕 소리 때문에
발뒤꿈치를 저절로 들게 만들었던
철재 계단 2개를 올라 들어간 파스타 집이었다.


실내는 예상했던 거 보다는 컸지만,

쾌적한 공간의 느낌은 아니었다.

테이블은 총 5개. 모두 2인용 테이블이었다.


난 본능적으로 구석,
그리고 더 깊은 구석으로 자리를
차지하여 앉았다.
그리고 손짓으로 그녀를 자리로  불러들였다.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테이블..
나는 놓여있는 물컵에 물을
정성스레 따르고, 그녀의 자리 앞에 살며시 놓아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컵에 물을 조심스레 따르면서.
그녀의 눈을 피한채 다짜고짜 물었다.


"왜 나를  선택했어요?"


"....."


그녀는 내가 던진 질문이
마치 자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런 대꾸도 없었고,.
아무런 표정이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꺼낸
작은 사진기로 나를 찍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남겨놓고 싶어요. 지금 이 공간과 당신과 그리고 나를..
저도 한 장 찍어주실래요?"


생글 웃으며, 말하는 그녀를 보고,
나는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기를  전달받아,
턱을 괴고 나를 보며 생글 웃는
그녀의 모습을 찍어주었다.


'찰칵'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서로 묵묵히 자기 앞에 놓인 것을
포크와 수저로 끄적이며 먹기 시작했다.

물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시던 그녀가
다시 내게 말을 시작했다.


"좀 전에, 왜 당신을 선택했냐고
물으셨죠?"


"네"


나는 짧고 간결한 어투로 내뱉었다.


"이해해 줄 것 같았어요.

당신이라면 나를 이해해 줄 것
같았어요."


"무.. 무엇을 말이죠?"


나는 더듬거리며 되물었다.
이해해 줄 것 같았다니..
무엇을 이해해 줄 것 같았단 말인가?


"내가 만약 당신을 좋아하게 되어도,
당신이라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어요.


당황 해 하지도 않고,
거부감을 느끼지도 않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그래서 모두 다 이해한다고.
그렇게 말해 줄 것만 같았어요....."


그 후,
얼마간 침묵은 흘렀고,
그녀의 눈가는 젖은  듯했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어깨는 살짝 들썩이고 있었다.

테이블 위는 다시 차가워지는
공기가 감돌았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누구를 좋아하는 것조차,
상대에게 이해를 구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떳떳이 큰 소리로 말하라.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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