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재채기처럼 불규칙한 호흡.
"언제 사랑에 빠지세요?"
서먹하게 술 잔을 기울이는 분위기에서
벗어나려,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그녀는 일렁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경우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가까이에서 지내던 사람에게,
불현 듯. 이 사람은 나 아니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동정심같은 건 아니구요.
뭐랄까요...
이 사람의 인생에는 나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겠구나..
이 사람이 더 반짝이려면
내가 그림자가 되어줘야겠구나..
나 외에는 그걸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나는 이 사람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계속 지켜봐 줄 수 있으니까.
아픈 부분은 보듬어줄 수 있으니까.
라는 의무감과 확신이 드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마음은
처음부터 생기는건 아니고
두고두고 옆에서 같이 지내다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나 인생은 혼자살기 힘들자나요.
지탱해주고,
기댈 수 있게 해주고,
지켜봐줄 수 있는 사람으로
그 사람에게 꼭 되어주고 싶을 때.
그 때 사랑이란 꽃가루가
나를 재채기 나게 만들어요."
사랑.
재채기 처럼 불규칙한 호흡.
그리고 그안에 숨겨진 꽃가루.
결국 분무된 신호를 받아들인
주변의 예민한 사람만이 포획될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옆에 둘 수 있지만
누구나 사랑에 빠지지 않는건,
내재되어 있는 고유의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