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뢰렉신 Jun 04. 2016

우리 한번 시작해볼까요?

본능이 속삭여준 절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면?

"나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조건은 그거예요. 내가 나를 채우고도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찾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죠?"



테이블 사이가 너무 멀어서,

게다가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그녀는 힘있게 말을 했지만,

퍼지는 담배연기가 그녀의 목소리 일부를 흡수해 달아나버렸는지,

몇몇 단어는 웅웅 거리며 전달되어져 왔다.



"글쎄요.. 한번에 당신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 일거예요.

좀더 인내를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의 파장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호수의 끝까지 천천히 퍼져나가, 결국 나중에는 호수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서로의 모르는 부분을 이 가면서 천천히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오래 사람을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구요."



남자의 조언에 여자는 갑자기 뭔가 놀란 듯 두 손을

입에 갖다 대며 말했다.



"맙소사,

근데 내가 당신을 만난 지 얼마나 되었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나의 이런 얘기들을

 왜 이렇게 쉽게 털어놓고 있는 걸까요?"



자책을 하듯 말하는 그녀에게 남자의 새로운 조언이 펼쳐졌다.



"나는 당신이 누군지 잘 모릅니다.

당신 또한 내가 누군지 아직 잘 모르겠죠.

우린 아직 서로 비밀을 담아둘 필요가 없는 사이예요.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다 털어놓을 수 있는 거구요.


쉽게 주변에게 말하지 못하고 꽁꽁 싸매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런 걸 처음 보는 사람, 또는 아직 친해지고 있는 사람에게 의외로 쉽게 말해버리기도 하죠.


그건 본능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아차린 거예요.

뭐, 내일 아침이면 당신이 오늘 내게 한 이야기들을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 군요"



남자의 말에 둘은 실소를 터트리고 얼마간의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남자는 테이 앞쪽으로 몸을 바싹 기울여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흠.. 어쩌면 내가 당신을 채워줄 수 있는

시작점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군요.

내일 아침 당신이 내게 오늘 한 말들이 후회가 안 된다면,


어쩌시겠어요?

우리 한번 시작해 볼까요?"



                                                                                                                                                                                                                                         

이전 25화 언제 사랑에 빠지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