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족 휴가는 나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머니와 이모님은 아침 일찍 개인 일정으로 나가셨고,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리조트 내 키즈 놀이 카페로 향했다. 처음에는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들이 있었다. 처음엔 아내와 나는 입장권만 구매하고 아들이 노는 것을 구경하려고 했지만, 카페 안에 사람도 거의 없고 놀이 기구들이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결국 우리는 프리 티켓으로 바꿔, 아들과 함께 모든 기구와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놀이 기구들 중에는 몇십 년 만에 다시 해보는 것도 있었고, 실내 암벽 등반이나 스카이 챌린지처럼 처음 도전하는 것들도 여럿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쉬워 보였지만, 막상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힘이 들었다. 특히 암벽 등반은 높이 올라갈수록 무서움이 점점 커졌고, 평소에 거의 쓰지 않던 근육과 신경을 갑자기 사용하게 되니 몸이 잔뜩 경직되었다. 기록을 재는 운동이다 보니 마음속에서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고, 순간적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자칫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과 신경이 마치 다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이런 활동들을 여유롭게 즐기다 보니, 새로운 감정들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하는 활동들은 순간순간 무서워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암벽 등반에서 기록을 잴 때는 어디에 손을 뻗어야 할지 몰라 연달아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다. 정작 아이보다 더 긴장한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경험이 오랜만에 내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암벽 등반을 할 때, 밑에서 나를 가이드해 주던 젊은 친구에게 "왜 이렇게 잘하세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많이 해봐서 익숙해진 거죠"라고 답했다. 스카이 챌린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나를 뒤에서 보호해 주던 젊은 직원에게 "안 무서우세요? 왜 이렇게 빨리하세요?"라고 묻자, 그녀도 같은 대답을 했다. "많이 해봐서 익숙해진 거죠."
그 순간,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나도 내 삶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가 익숙해졌지만, 그 익숙함에 도달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잊고 있었다. 익숙해진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마치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잘해왔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처음에는 나 역시 낯설고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해 본 것들이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얼마나 작은 부분에 불과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해봤다고 이렇게 아는 척하며 살아왔을까?’라는 반성이 들었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 쌓였다고는 하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우리 아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익숙하게 해온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경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익숙함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다른 사람도 쉽게 그 안정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결국,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모르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깨달았다. 내가 익숙해졌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똑같이 쉽게 해낼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이 경험을 통해 다시 배우게 되었다.
이 경험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해봤던 것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다. '이거 별거 아니야, 한 번 해보면 돼'라는 식으로 넘기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느꼈던 낯섦과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쉽게 넘겼던 일들이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아내와 함께 나누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며 공감해 주었고, 우리는 아들에게 너무 쉽게 "괜찮아, 한 번 더 해보면 될 거야"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그 처음의 경험은 두려움과 낯섦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 가볍게 넘겼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우리는 이미 익숙해진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아이에게도 그 당연함을 강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새로운 도전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이번 휴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예전에 해봤던 것들을 다시 해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죽어 있던 세포들이 다시 깨어나는 듯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실내 암벽 등반, 고무 튜브 타기, 스카이 챌린지 같은 활동들은 이전에도 경험했지만, 오랜만에 해보니 여전히 두려움과 긴장감이 찾아왔다. 그런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나 자신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 감정을 아내와 나누면서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새로운 경험에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다. 익숙함 속에서만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이 삶에 활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의식적으로라도 낯선 활동을 시도하며 몸과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왜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과 거친 운동에 끌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몸과 마음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며, 인생을 더 풍요롭게, 그리고 매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변화와 도전을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며, 앞으로의 삶을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