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남 진주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과거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냈던 조현병 환자가 평소부터 피해의식을 갖던 사람들을 상대로 방화와 칼부림을 자행한 뒤 무려 5명을 살해하고 15명에게 상해를 가하였다고 한다. 적어도 2019년에 발생한 사건 중에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 생각된다. 이 사건 역시 여느 사건들과 같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의 여론이 강한 가운데, 가해자에게 정신병력(조현병)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정신건강복지법의 타당성에 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복지법은 2017년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가 일부 개정되었고 이에 관하여 의료계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위험성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조치가 너무 완화되어 공중의 안전에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가 주된 반발사유였는바,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사건(고 임세원 교수 살인사건 등)이 지속됨에 따라 이러한 논란이 더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현병 환자에 대한 국가적 관리체계 개선방향에 관하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반면, 법조인으로서 바라보건대 2017년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과 본 사건과는 크게 연관성을 찾기 어려우며 해당 법률개정조치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위헌성이 인정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는바,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입원제도 자체에 큰 하자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현행 입원제도는 자발적 입원(자의입원, 동의입원)과 비자발적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으로 나뉘며, 각 입원제도는 입원요건, 입원절차, 입원기간, 퇴원요건, 입원기간연장요건 등에서 다르므로 세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입원제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발적 입원 : 동의입원) 자발적 입원절차 중 보호의무자(후견인 등)의 동의를 포함하여 입원하는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퇴원을 원하더라도 정신과 전문의 진단으로 최대 72시간까지 퇴원을 제한할 수 있으며, 전문의가 보기에 해당 환자가 퇴원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 판단한다면 비자발적입원 조치(행정입원)를 취함으로써 위험한 환자가 퇴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비자발적입원 1 :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만일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입원을 하지 않는다면, 보호의무자 2인이 입원신청을 하고 이에 대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판단 하에 2주의 기간내에서 진단입원을 실시하고,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입원소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는 3개월 내의 치료입원을 실시할 수 있다. 치료입원기간이 종료될 시점에 이르러서도 입원의 필요성(본인 또는 타인에 대한 위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입원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비자발적입원 2 : 행정입원) 만일 환자가 본인 또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본인 또는 보호의무자가 입원조치 등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경찰관이 정신과전문의, 정신보건전문요원에게 그 환자에 대한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정신과 전문의 등은 소속 지방자치단체장(특별시장, 시장, 군수, 구청장 등)에게 해당 환자에 대한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하며, 해당 환자에게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환자에 대하여 2주 이내의 진단입원 절차를 거쳐 3개월 내의 입원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입원한 환자가 퇴원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원해제 조치가 필요하다. 만일 환자 본인이 생각하기에 입원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원해제조치가 취해지지 않거나 계속하여 입원기간 연장결정이 이루어진다면, 환자는 입원기간 만료일 2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 내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퇴원심사청구를 실시함으로써 퇴원시켜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비자발적입원 3 : 응급입원) 앞서 언급한 표에 기술되지는 않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 제 50조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사람은 그 상황이 매우 급박하여 제41조부터 제44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입원등을 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그 사람에 대한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환자에게 3일의 기간 내에서 입원조치가 이루어지며, 해당 시간 내에 진단을 실시한 결과 해당 환자에게 행정입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행정입원절차를 통하여 해당 환자에게 입원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
경남 진주 살인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피해자들은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수 차례에 걸쳐 가해자의 폭력행위 및 손괴행위에 대하여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으로 보이며, 담당 경찰관은 가해자를 조사할 당시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술하였던 점이 확인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환자의 행위가 인신을 구속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 이상, 경찰은 피의자조사를 마친 후 피의자를 귀가시키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하나, 현행법에 따르면 담당 경찰관은 앞서 살핀 비자발적입원조치 중 행정입원 및 응급입원조치를 실시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이러한 정신건강복지법의 내용은 일선 경찰관이라 하더라도 상세히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에, 모든 비난의 화살을 담당 경찰관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점점 복잡하고 다단해지는 대한민국 법률 규정이 과연 일선 행정기관 및 국민들에게 얼마나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 아닐까? 국회는 끊임없이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한다. 국민들은 입법활동을 하지 않는 국회의원을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다수의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것이 국민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진지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적어도 법률이 제정되거나 개정될 경우, 국민들이 새로운 법체계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고, 법체계를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가는 현행 법률의 내용을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 역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국민들에게 준법을 강조하면서도, 지켜야 할 법률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에 다름 아니다. 법률가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는데 "법률은 부지(不知)를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얼핏보면 그럴싸한 말이지만, 이만큼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말이 또 있을까? 아무쪼록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국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뿐 아니라 이와 같은 범죄의 재발방지에 관한 고민과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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