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 보고서로 본 PLA의 현대전 전략
2025년 5월, 미국 육군 교육사령부(TRADOC)는 하나의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목은 바로 『중국은 어떻게 대규모 전투 작전을 수행하는가(How China Fights in Large-Scale Combat Operations)』. 이 보고서는 단순한 군사 분석 문서가 아니다. 이는 곧 중국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하며 실행할 것인지’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지도(map)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변국에게도 날카로운 통찰과 경고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이 글은 그 보고서를 기반으로,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전략적 방향성과 작전 개념, 그리고 전면전 시나리오를 군사적 시선과 현실적 문제의식으로 풀어보려 한다.
대만을 넘어, 전 세계를 겨눈 중국의 전략
중국이 위협을 느끼는 가장 큰 존재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관심사로 ‘국내 안정’, ‘경제 성장’, ‘영토 보전’, 그리고 ‘국가 통합’을 꼽는다. 그리고 이 네 가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외교는 물론이고 무력 충돌까지도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특히 대만 문제는 그 중심에 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자국의 영토로 간주하며, 외부의 모든 간섭을 ‘주권 침해’로 받아들인다. 대만과의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미국과의 전면전을 불러올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능동적 방어’라는 이름의 공격적 전략
중국의 군사 전략은 독특하다. 표면적으로는 ‘방어’지만, 실제로는 매우 공격적이다. 이를 ‘능동적 방어(Active Defense)’라 부른다. 전략적으로는 수세적 위치를 표방하지만, 작전과 전술 단계에서는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개념이다.
중국은 전쟁을 단순한 군사력의 충돌이 아닌, 심리전, 정보전, 법리전이 혼합된 총력전으로 인식한다. 전쟁은 전선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론과 SNS, 외교 무대, 경제 구조 등 모든 영역에서 전개된다는 것이다.
군과 민, 경계가 사라진 융합의 전장
군민융합(Military-Civil Fusion)은 중국 전쟁 전략의 또 다른 핵심이다. 민간 항공기, 철도망, 통신 인프라, 심지어 사이버 보안 기업과 SNS 플랫폼까지 전시에 동원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를 국가전략으로 채택하며 2017년에는 군민통합발전중앙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로 인해 전시에 중국은 단순한 군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가 역량이 하나의 전투기계처럼 작동하게 된다.
이런 전략은 곧 경제·과학기술·교육·물류·미디어를 포함한 국가 전 영역이 군사 작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무기가 아닌 시스템을 겨눈다 – ‘체계 충돌전’
중국은 현대전에서 더 이상 무기 대 무기의 충돌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대신 지휘 체계, 통신 네트워크, 보급망, 정찰 체계 등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진짜 전쟁이라 여긴다. 이를 '체계 충돌전(Systems Confrontation)'이라고 한다.
PLA는 이를 위해 '다영역 정밀전(Multidomain Precision Warfare)'을 핵심 개념으로 채택했다. 육·해·공은 물론 사이버, 우주, 전자기 스펙트럼, 심지어 인간의 인지 영역까지 작전 전장으로 설정하고 있다.
전쟁은 시작 전에 끝내는 것이 이상적이다 – 정보 지배 전략
중국의 또 다른 전술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끝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리전과 사이버 공격이 활용된다. 가짜 뉴스, AI 기반의 선전, 고의적 정보 누락, 여론 조작 등을 통해 상대 국가의 지도부나 국민이 판단을 못 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통적인 ‘적과의 전투’는 더 이상 핵심이 아니다. 적이 싸울 마음을 잃게 만드는 것, 그게 중국의 진짜 전략이다.
PLA의 새로운 얼굴 – 합동작전과 하이브리드 중심 체계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급속한 재편을 거쳤다. 과거 사단-군단 구조에서 벗어나, 기동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여단 중심 구조로 전환되었다. 각 합동 군구는 2~3개의 육군 그룹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자전·공병·정보전·해상교량·포병 등 다양한 기능 여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병대, 공수부대, 로켓군, 사이버군, 우주군 등도 합동작전에 투입되며, 각 전구사령부 아래 통합되어 움직인다. 이는 중국군이 미래전에서 ‘통합의 힘’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
대만 상륙작전 시나리오 – ‘일곱 단계의 침공’
보고서가 가장 집중한 부분 중 하나는 PLA가 대만에 대해 구상 중인 ‘합동 섬상륙작전’이다. 그 구성은 매우 치밀하다.
외곽 도서 점령 및 항로 확보
심리전·사이버전 동시 개시
주요 시설에 대한 미사일 타격
해병대와 공수부대의 동시 침투
수도·정부기관 타격 및 고립
후속 병력 상륙 및 해상 차단
항구·비행장 확보 및 방어선 구축
중국은 이를 통해 단기간 내 대만을 제압하고, 외부 개입을 원천 봉쇄하는 작전을 구상 중이다.
반상륙작전 – 침공을 막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
중국은 자신이 상륙전을 수행하는 동시에, 누군가 자국에 상륙하는 것도 막기 위한 전략도 가지고 있다. 이를 ‘합동 반상륙작전’이라 하며, 여단급 전투단을 중심으로 전진 방어대, 기동 타격대, 깊숙한 방어대, 정찰·교란대 등으로 편성해 상륙을 저지하고 반격을 유도한다.
경보병은 연안에 배치되며, 기갑부대는 후방에서 반격을 준비한다. 해군과 공군은 상륙 직후의 혼란을 틈타 적군을 타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PLA의 강점과 약점 – 전쟁은 숫자만으로 이기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 병력을 자랑한다. 인민해방군 전체 병력은 약 300만 명, 그 중 육군은 1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대만 전체 정규군의 약 3배 이상이며, 예비전력까지 포함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하지만 중국에도 약점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상 수송 능력의 한계, 복잡한 합동작전 수행 경험 부족, 보급선의 마지막 구간(Last Mile) 취약성, 기상 변화 등의 변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전쟁은 ‘혼합된 체계와 실전 경험’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요소가 많다.
우리가 이 보고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 보고서는 단순히 중국의 군사 전략을 분석한 문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게는 곧 우리의 미래를 대비하는 매뉴얼이기도 하다. 한국 역시 지정학적 조건상 전면전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국가이며, 다영역 통합전, 민군융합, 사이버 및 정보전에 대한 준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결국 전쟁이란, 시대에 따라 그 양상이 진화한다. 중국은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전쟁을 ‘다른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그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전략을 다시 정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