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국가보훈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3.3% 늘어난 6조 6,582억 원으로 편성되었다. 이번 증액은 단순한 수치상의 확대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더 넓고 두텁게 예우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생존 애국지사에 대한 예우 강화이다. 특별예우금이 기존 월 157만~172만 원에서 315만 원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인상된다. 이는 단순한 금액 조정이 아니라, 고령의 생존 애국지사들이 남은 생애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한 간병비 역시 일당 12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인상되어, 실제 생활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훈대상자 간의 보상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보상이 낮았던 7급 상이군경의 보상금은 내년에 69만 3천 원으로 인상되며, 6·25 전몰군경 유자녀의 신규 승계 수당 역시 65만 7천 원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조치는 그동안 소외감을 느끼던 대상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으며, 더 공평한 보훈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지원제도도 도입된다. 참전유공자 사망 후 남겨진 고령·저소득 배우자에게 생계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신설되고, 부양가족수당의 지급 대상이 ‘재해 부상 군경 7급’으로까지 확대된다. 이로 인해 약 2만 명의 보훈대상자가 추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가 그간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보다 세밀한 시선으로 정책을 설계한 것이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담겨 있다. 강원과 제주에는 아직 보훈병원이 없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준보훈병원’이 새롭게 도입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지정해 보훈병원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위탁병원 수도 현재 920개에서 1,200개로 대폭 확대된다. 국립묘지와 관련해서는 충남권 호국원 신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추진되고, 대전현충원 구청사는 참배객과 근로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고령의 독거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안부 확인 서비스가 도입되며, 국립묘지에서는 참배객 편의를 위해 카트가 확충된다. 또한 6·25 전쟁 전몰군경 유족에게는 헌정패를 수여해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사업이 추진된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여 보훈단체 문화 프로그램과 연계된 중식 지원도 새롭게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생활 속 보훈’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훈을 뒷받침하는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도 이번 예산안에 포함됐다. 전체 공무직 근로자 1,729명의 명절 상여금이 기존 연 110만 원에서 월 기본급의 120% 수준으로 상향된다. 특히 국립묘지 현장에서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길을 지키는 514명의 공무직 근로자에게는 특수지 근무수당이 신설되어,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보훈 정책은 넓고 두텁게, 넘칠지언정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 최고의 명예로 존중받을 수 있는 선진국형 보훈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종합해 보면, 이번 예산안은 금액적인 증가를 넘어 예우 강화, 사각지대 해소, 의료 격차 개선, 인프라 확충, 근무자 처우 개선이라는 다섯 가지 축으로 균형 있게 짜여 있다. 이는 국가가 단순히 ‘혜택을 주는 것’을 넘어, 헌신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