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영의 변화, 달라진 군의 현실
“내가 근무하던 부대가 해체됐다.” 최근 전역한 예비역의 놀라움은 단순한 개인적 기억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2006년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에 59개 사단급 부대가 있었지만, 현재는 42개로 줄었다. 오는 11월에는 경기 동두천의 제28보병사단마저 해체될 예정이다. 병력이 줄어들면 부대도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문제는 그 공백을 기존 부대들이 메우면서 작전 부담 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은 이제 군의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2019년 56만여 명이던 상비병력은 2025년 7월 기준 45만 명으로 11만여 명 줄었다. 병력 50만 명이 정전 상황에서 필요한 최소 기준이라 했지만, 이미 2년 전에 붕괴되었고 현재는 그보다도 5만 명이나 부족하다. 특히 육군 병사는 30만 명에서 20만 명대로 급감해 약 10만 명이 사라졌다.
2. 병력 충원의 실패, 간부 선발의 위기
군은 인구절벽 앞에서 발버둥쳤다. 현역 판정 기준을 완화해 2019년 69.8%이던 현역 판정률을 2025년 86.7%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태어나는 청년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판정 기준을 낮춘다고 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병역 판정 검사 인원은 같은 기간 29만 명에서 12만 5000명으로 줄었고, 현역병 입영자 역시 24만 명에서 10만 명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간부 선발은 더 심각하다. 2019년 94.1%였던 간부 선발률은 2024년 64.9%까지 떨어졌다. 특히 부사관 선발률은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이는 장기복무 인원 확보에 큰 차질을 주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부대 운영 전반에 공백을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군은 병사도 줄고 간부도 부족한 이중고에 처한 것이다.
3. 병력 대비 장군 수, 역사적 불균형
이런 와중에도 장군 정원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역사를 되돌아보면 더 선명하다.
1957년: 상비병력 72만 명, 장군 330명
2007년: 상비병력 66만 9천 명, 장군 444명
2025년: 상비병력 45만 명, 장군 370명
병력은 1950년대에 비해 27만 명이 줄었는데, 장군은 40명이 늘었다. 현재 우리 군은 병력 1만 명당 장군 8.2명이라는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병력은 줄어들고, 실제 현장에서 장군이 지휘하는 부대 규모도 작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별은 늘었는데, 별이 지휘할 병력이 없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4. 국방개혁의 약속과 후퇴
사실 장군 감축은 모든 정부가 공언해온 개혁 과제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장군 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2년까지 360명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실제로 2017년 436명이던 장군 정원은 2021년 375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국방개혁 4.0’이 발표되면서 이 계획은 사라졌다. 장군 정원은 370명으로 고정되었고, 국방백서에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이라는 이유가 명시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군 내부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각 군은 자신들의 장군 자리를 유지하려 하고, 이를 조정하려는 시도는 늘 저항에 부딪힌다.
5. 국민이 느끼는 불합리
국민의 눈에 이 상황은 공정하지 않다. 한쪽에서는 “병사 부족으로 전역자에게 예비군 훈련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장군 정원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군대에 직접 가는 청년 세대는 줄어드는 병력의 부담을 더 크게 지게 되는데, 지휘부의 구조는 슬림화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불균형은 단순히 군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신뢰의 문제다. 국민은 병역 의무라는 막중한 짐을 청년에게 지우는 한편, 지휘체계의 효율성에는 눈감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6.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살릴 것인가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비전투 분야 장군 자리 축소 교육, 군수, 행정 부문의 장군직은 민간 전문가나 예비역으로 대체 가능하다.
직할부대 지휘계급 하향 조정 국방부 직할부대나 교육기관의 장군직은 대령으로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
군별 차등 조정 육군은 병력 규모가 줄었으므로 감축 폭을 크게 적용하되, 육군 특전사·해군UDT·공군·해병대는 군 특수성과 작전 환경을 고려해 별도의 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7. 더 늦기 전에, ‘별자리 군대’ 개혁 필요
앞으로 상비병력이 30만 명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처럼 장군 정원을 고정해두면, 병력 대비 장군 비율은 더 높아진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논란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심각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군의 지휘구조는 반드시 전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별이 많다고 강한 군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별이 현장에서 싸우는 병사와 간부들을 제대로 뒷받침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8. 맺으며
군은 언제나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적응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저출산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근본적 개혁이 요구된다. 병력 감소와 장군 유지의 불균형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개혁이란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장군 수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인원 감축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청년 세대가 군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병사가 줄어드는 군대에서 장군이 제 역할을 하려면, 별자리 숫자가 아니라 별이 지휘하는 현장의 무게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