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부 안전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1. 서론 – 왜 지금 전군 정밀진단인가
2025년 가을, 군 내부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 사고와 폭발 사고가 우리 사회를 흔들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사고와 훈련 중 폭발 사고가 잇따랐다. 국민들은 분노와 불안을 동시에 느꼈고, 군의 안전 관리 체계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9월 16일부터 30일까지 전군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 부대정밀진단’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현장 점검 차원을 넘어, 병영 안전 전반과 군 조직의 관리 체계를 재검토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2. 연이은 군 사고 – 국민적 불안의 뿌리
2.1 총기 사고의 연속
지난 8월 23일, 육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근무하던 하사가 총기 사고로 숨졌다. 이어 9월 2일에는 대구 수성못 산책로에서 한 육군 대위가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다. 군은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불과 열흘 뒤인 9월 13일, 인천 대청도의 해병부대에서 병장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이어 세 건의 총기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총기 관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었다.
2.2 폭발 사고의 충격
총기 사고뿐 아니라 폭발 사고도 이어졌다. 9월 10일 파주의 육군 포병부대에서는 훈련 중 폭발효과묘사탄이 터져 장병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날 제주도의 공군 부대에서는 예비군 훈련 중 연습용 지뢰 뇌관이 폭발해 7명이 다쳤다. 하루 사이 발생한 두 건의 폭발 사고는 군 안전 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3. 국방부의 대응 – 특별 정밀진단의 내용
국방부는 이번 정밀진단을 소대급부터 국직부대까지 전 장병과 군무원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점검 범위는 다음과 같이 광범위하다.
병영 생활 안전: 생활관, 위병소, 훈련장 등 장병들이 생활하고 근무하는 공간의 안전 상태를 점검한다.
교육·훈련 및 작전 활동: 훈련 중 발생 가능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훈련 규정과 실제 운용 상태를 점검한다.
총기·탄약·폭발물 관리: 보관, 반출, 사용 기록의 투명성,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장비·물자·시설물 안전: 낡은 장비와 시설의 유지·보수 실태를 점검하고 위험 요인을 파악한다.
응급의료 관리 체계: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지원 체계와 장비 구비 여부를 확인한다.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장병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극단적 선택 위험성을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를 점검한다.
특히 이번 진단에서는 “시대착오적 관행”도 걸러내 개선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되는 제도와 절차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4. 왜 사고는 반복되는가 – 구조적 문제의 진단
4.1 총기 관리의 허점
총기 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총기와 탄약은 철저히 관리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대별 보관 규정 준수 여부가 들쭉날쭉하다. 특히 장병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때 총기가 주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총기 접근 통제와 심리 상태 확인이 병행되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4.2 훈련 안전 규정의 미비
훈련 중 폭발 사고는 대체로 ‘안전 규정 준수 미흡’에서 비롯된다. 폭발효과묘사탄이나 연습용 지뢰 뇌관은 본래 훈련의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지만, 관리와 감독이 부실할 경우 실제 전시보다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4.3 정신건강 관리의 사각지대
최근의 총기 사고가 ‘극단적 선택’과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장병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군 생활의 특수성, 계급 체계에서 오는 압박, 격오지 근무로 인한 고립감은 장병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할 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5.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미국, 이스라엘, 독일 등 주요 군대들은 장병 안전 관리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강조한다.
미국: 총기 사용 전후 심리검사와 상담을 의무화,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관리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이스라엘: 전투부대 장병에게 총기 휴대 권한을 주되, 정신건강 진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위험군은 즉시 무기 접근을 제한한다.
독일: 훈련 중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감독관 제도를 두고, 훈련장마다 별도의 긴급 의료반을 배치한다.
한국 군대가 이번 특별진단을 계기로 이런 해외 선진 사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6. 앞으로 필요한 대책
총기 및 폭발물 관리 강화: 전산화된 기록 관리, 다중 승인 절차 도입.
정신건강 지원 확대: 군 심리상담 인력 확충, 정기 심리검사 의무화.
훈련 안전 시스템 개선: 훈련 안전감독관 제도 도입, 위험 장비 사용 시 이중 안전 장치 마련.
응급의료 체계 보강: 주요 부대별로 신속 대응 가능한 전문 의료반 배치.
군 문화 혁신: “사고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라는 문화 확립.
군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조직이다. 그러나 최근 사건들은 군이 정작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이번 특별 부대정밀진단은 단순한 점검을 넘어, 군이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장병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군은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군은 철저한 자기 점검과 제도적 개혁을 통해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